‘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호경비작전에 중대장으로 참여했던 경험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기억을 남겼습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방문하는 국제행사를 안전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그 책임을 중대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중대는 주요 도로 인근 목진지에서 경찰과 합동근무를 하며 지역경계 임무를 맡았습니다. 주간근무 중 각국 정상들의 차량 행렬이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신기함과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뉴스 화면에서만 보던 장면의 한가운데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비록 눈에 띄지 않는 자리였지만, 바로 그곳에서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작전 중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현장의 추위와 피로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특히 새벽 경계근무에 투입된 중대원들을 볼 때면 지휘관으로서 가슴 한쪽이 저릿했습니다. 그들은 얼어붙은 손을 비비고, 졸음을 쫓으며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격려하고자 늘 곁에 머물었지만, 오히려 제가 더 큰 힘을 얻곤 했습니다.
“중대장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에 담긴 믿음과 의지가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또한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같이 근무했던 경찰관들과도 서로 의지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함께하는 또 다른 동료라는 사실이 낯설지 않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진정한 팀워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배운 가장 값진 교훈 중 하나입니다.
APEC 경호경비작전은 군 복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정상회의 장소와 멀리 떨어진 어둡고 차가운 현장이었지만, 그곳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모습을 봤습니다. 그 중심에 저와 중대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지휘관의 역할이 단지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부대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살피고, 그들의 노력을 세상 앞에서 당당히 말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전을 맡더라도 그들과 함께한 그 새벽의 기억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책임감 있는 지휘관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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