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서 뚝딱 만드는 '맞춤형 모듈 드론'으로 진화

입력 2025. 11. 11   13:35
업데이트 2025. 11. 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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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3D 프린팅이 가능케 한 신속배치 드론체계

미군, 최근 ‘헬하운드 S3 자폭드론’ 시험
3D 프린터로 부품·모듈 뽑아 즉석 조립
기체 하나로 다수 역할 순차 수행 가능
러시아는 대드론 산탄용 케이스도 제작
작전 양상·군수체계 바꾸는 ‘제4의 혁신’
고속·대형출력·후가공 공정 등 과제로

 

미 육군 관계자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드론의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
미 육군 관계자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드론의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



지난 6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국방 3D 프린팅 경진대회’에서 육군군수사령부 김진원 소령 등이 출품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폭탄 투하 드론 설계 및 제작 능력 확보’가 활용 우수사례 부문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는 실제 작전 투입이 가능한 모듈형 드론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고, 이를 표준모듈과 결합해 언제·어디서든 즉각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전장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정찰부터 타격, 후방 군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전이 실시간 대응을 요구하는 시대다. 3D 프린팅과 표준화된 모듈의 결합을 통한 적층 제조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드론은 이제 작전현장에서 3D 프린터로 기체를 즉시 제작하고 임무별 표준모듈을 결합해 언제든 원하는 형태로 조립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모듈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미군은 이미 모듈형 3D 프린팅 드론을 실전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 육군은 커밍스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3D 프린팅으로 제작되는 헬하운드 S3 자폭드론을 시험했다. 이 드론은 폭발성 탄두, 전자전 페이로드, 정보·감시·정찰모듈 등 다양한 임무 프로필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모듈식 페이로드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프린터로 출력한 기체 부품과 표준화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면 24시간 내에 정찰, 통신중계, 소형 공격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이 탄생한다.

모듈형 시스템의 핵심은 하나의 기체로 다수의 역할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에는 정찰모듈을 장착해 적 동향을 파악하고, 오후엔 소형 폭발모듈을 결합해 정밀타격 임무를 처리할 수 있다. 저녁에는 통신중계 모듈로 교체해 지휘통제 지원 역할을 한다. 표준 인터페이스로 상호호환되는 모듈의 즉시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활발히 활용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1인칭 시점(FPV) 드론의 프레임을 현장에서 생산하고, 표준화된 카메라·폭발물 모듈을 결합해 공격용 드론을 저비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폴란드는 ‘탱크에 맞서는 기술(Tech Against Tanks) 프로젝트’로 약 1000대의 프린터를 확보해 1만 개의 부품을 매일 제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독일 헬싱의 HX-2 인공지능(AI) 드론 역시 3D 프린팅으로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한데, 최대 100㎞의 자율비행 능력을 갖췄다. 

3D 프린팅 기술은 다양한 소재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기존 플라스틱 외에 탄소섬유 복합재, 알루미늄, 티타늄 분말 등을 이용해 고강도 경량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다. 최근엔 전도성 소재를 이용해 회로 일체형 기체를 출력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 경우 전자회로와 기체를 일체화해 표준모듈과의 연결을 더 간소화할 수 있다.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전방이 고립되는 상황에서 모듈형 군수 지원의 혁신이 절실하다. 3D 프린팅은 물류 병목을 해소하고, 중간기지를 소형 생산공장 겸 모듈 조립센터로 전환시킨다. 기체 프레임, 회전익, 프로펠러 등은 현지에서 직접 제작하고 표준화된 센서·통신·무장모듈은 미리 비축해 둔 뒤 임무에 따라 즉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제4회 국방 3D 프린팅 경진대회’에서 활용 우수사례 부문에 출품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폭탄 투하 드론 설계 및 제작 능력 확보’. 이 출품작은 실제 작전 투입이 가능한 모듈형 드론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고, 이를 표준모듈과 결합해 언제·어디서든 즉각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다. 국방부 제공
‘제4회 국방 3D 프린팅 경진대회’에서 활용 우수사례 부문에 출품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폭탄 투하 드론 설계 및 제작 능력 확보’. 이 출품작은 실제 작전 투입이 가능한 모듈형 드론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고, 이를 표준모듈과 결합해 언제·어디서든 즉각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다. 국방부 제공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모듈형 드론의 3D 프린팅 생산체계와 표준 인터페이스를 연구 중이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 9월 국방 분야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했다. 우리 군은 지난해 3D 프린팅으로 5만6000여 점의 부품을 제작해 약 45억 원을 절감했다. 또 방산기업들은 전장에서 기체를 직접 설계·출력하고 모듈을 즉시 조립할 수 있는 이동형 프린팅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미 공군은 여러 탑재체 시험용 모듈형 드론 개발을 위해 안두릴, 레이도스, 존5 테크놀로지, IS4S 등 4개 방산업체를 선정했다.

해결과제도 존재한다. 3D 프린팅 기술이 고속·대형출력에 도달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기체의 내구성과 정밀도를 확보하려면 후가공 공정도 필수적이다. 특히 모듈 간 인터페이스의 통일과 전장환경에서의 안정적 연결 보장이 중요한 과제다.

흥미롭게도 러시아는 3D 프린팅 기술을 대드론 방어에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3D 프린터로 대드론 산탄용 케이스를 제작해 기존 소총으로도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탄약을 개발했다. 이는 3D 프린팅이 드론 제작뿐만 아니라 대드론 방어체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야전과 가까운 곳에서 시험적으로 빠르게 제작하고 개선하는 3D 프린팅의 장점이 실전에서 입증되고 있는 사례다.

향후에는 AI와 결합된 설계 자동화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작전지역의 환경정보와 임무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최적의 드론 형상을 자동 설계하고 3D 프린터가 이를 출력한 뒤 로봇 시스템이 필요한 표준모듈을 자동 조립하는 체계가 구현될 것이다. 전투 중 손실된 드론을 즉시 대체하거나 임무 변경에 따라 기존 드론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게 몇 시간 내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3D 프린팅과 모듈형 시스템의 결합은 단순한 제조기술이 아니다. 작전 양상과 군수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제4의 군사혁신’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형태의 드론을 만들고 즉시 조립하는 이 체계는 기동성과 대응력의 극한을 추구하는 현대전에 필수적인 무기다. 하나의 기본 기체로 정찰, 공격, 자폭, 통신중계 등 갖가지 임무를 순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모듈형 드론은 전장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목표는 탐지되면 끝난다. 드론이 스스로 적을 식별하고 돌진해 타격하는 자폭형 배회 탄약은 정밀타격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다음 회에선 지능형 배회 탄약이 여는 새로운 전장의 룰을 소개한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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