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범정부 ‘핵잠 전담기구’ 설치…운용 인프라 구축 필요

입력 2025. 11. 11   16:12
업데이트 2025. 11. 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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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39. APEC 이후 핵추진잠수함 확보, 과제와 정책 조언

한미 외교·국방 실무협의체 구성
연료 공급 협의·기술협력 구체화해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 필요
HALEU 핵연료 조달체계 선구축
방사선 안전관리 인프라 마련도 필수
인력 양성 훈련 시스템 조기 설계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SCM 종료 후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대한민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당연히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재호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SCM 종료 후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대한민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당연히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재호 기자



최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해군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문제가 전격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SNS에서 공개적으로 화답했다. 정리=윤병노 기자

다음 날 이어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건조 척수(4척)와 가능 시한(2030년 중반) 등 구체적인 숫자도 언급했다. 또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승인’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한미 간 정책적 의지로 공식화된 것임을 보여 줬다. 아울러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가능성은 기술·외교적 협의가 뒤따른다면 현실적 범위 내에 있다고 확인했다.

우리 국방부는 국무회의에서 구체적 프로세스를 보고했다.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을 ‘국가전략사업’으로 규정하고 한미 원자력협정과 별도 추진되는 군사용 프로젝트로, 정부 전 부처의 협조와 국제적 협의 병행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정책적 조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제도를 정비해 핵추진잠수함 확보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첫째, 범정부 전담기구 설치 및 총괄조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국방부가 발표한 바와 같이 한미 간 외교·국방 공동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협의 및 기술협력을 구체화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국방부 단일 사업이 아닌 국가전략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단일 무기체계로는 예산이나 기간 측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전담조직을 만들어 법·제도 정비, 예산 확보, 기술 개발, 국제협상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 이후 연계될 방산 수출까지 염두에 둔다면 어느 한 부처가 단시간에 관리할 규모의 사업이 아니다.

둘째, 한미 원자력협정(2015년) 개정 및 입법 절차 추진이다. 한국은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개정 및 미 의회 동의 절차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협정 제11·13조의 제한은 군사용 핵연료 활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저농축우라늄(LEU) 기반 군사 추진체계의 예외 승인을 얻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행정부 협의, 의회 설득, 기술 보호장치 마련을 병행하며 필요시 미국·영국·호주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형 별도 협정을 추진할 수 있다.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항진하는 모습.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정비하고 실제 건조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한화오션 제공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항진하는 모습.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정비하고 실제 건조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한화오션 제공



셋째, 핵추진잠수함 정비·운용·안전관리체계 확립이다. 핵추진잠수함 전력화 이후에는 정비·운용 및 방사선 안전관리체계를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초도 함정의 연료 재장전 및 정비를 미국 시설에서 수행하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군항에 전용 정비기지와 차폐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군사용 원자로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방부 산하 ‘군 핵추진함 관리기구’를 신설하고, 해군 원자력장교·기술요원 전문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 접근으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의 운용 능력과 국제적 안전기준 충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전략적 투명성과 외교적 메시지 관리를 병행한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비핵무장 원칙과 억제 목적에 기반함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히 중국·북한 등 주변국의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명성과 외교적 설득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안보를 위해 건조되는 전력이 오히려 우리 안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정비 못지않게 실제 건조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첫째,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기반 핵연료 조달체계 선구축이다. 고농축우라늄의 확산 우려를 회피하고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프랑스식 HALEU 연료 방식 도입이 현실적이며, 미국과 사전 협의해 양해각서(MOU) 체결 및 제3국과의 기술협력을 포함한 다변적 공급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같은 연료를 소형모듈원자로(SMR) 인프라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므로 군사적 활용 이외의 확장과 관련해 연료·설계·정비·보안체계를 통합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단계적 정비 인프라 구축 및 인력 양성체계 정비다. 장기적으로 국내 정비·운용 능력 확보를 위해 핵추진잠수함 전용 정비시설과 방사선 안전관리 인프라를 마련하고, 원자력 해군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시스템을 조기에 설계·운용해야 한다. 이러한 노하우 및 기술은 나중에 민간의 원자력 관련기관에 스핀오프(Spin-off) 체계도 구축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미·중 전략경쟁 환경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의 억제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기회다. 하지만 법·외교·기술·인프라 등 다층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면 공허한 선언에 그칠 위험성이 크다. 정부는 범정부 전담기구를 설치해 정부의 전체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이 역사적 과제를 실질적 성과로 전환해야 한다.


배학영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배학영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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