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장은 기술 수준이 아니라
AI를 다스릴 수 있는
인간 지혜로 승부가 결정될 것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병전에서 적 포탄이 발사된 순간부터 반격을 위한 대포병사격까지 평균 대응시간은 약 20초에 불과했다. 지휘관이 상황을 인식하고 사격 결심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더 짧다. 그 한순간을 놓치면 적 포대는 이미 위치를 옮겨 반격의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된다.
전장에서 결심시간은 단순한 순간이 아니라 전투의 주도권과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바로 그 결심시간을 확보해 줘 지휘관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새로운 군사(軍師)로 떠오르고 있다.
고대 전쟁에서도 군사의 존재는 승패를 바꾸는 핵심이었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천문과 지형을 읽어 승리를 설계했고 『초한지』의 한신은 병법과 기만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들은 제한된 정보에도 통찰과 예측으로 지휘관을 곁에서 도왔다. 그러나 현대의 지휘관이 마주한 상황은 달라졌다. 바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전장 데이터 때문이다.
정찰드론, 위성영상, 센서, 무선통신 등에서 초 단위로 쏟아지는 정보를 인간의 두뇌로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짧은 결심시간 안에 모든 전장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는 것은 인간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AI는 이를 가능케 한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즉시 분석해 위협 징후를 포착하고, 다양한 방책을 실시간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대포병사격에서 AI는 탄착 위치, 사거리, 바람, 지형 등의 시·공간정보를 계산해 지휘관이 결심하기 전 반격을 위한 최적의 화력계획을 추천한다. 즉 AI는 단순한 분석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휘관이 신속하고 정확한 결심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군사인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군사는 단순히 계산만 빠른 존재가 아니다. 제갈공명이 주군의 뜻을 헤아렸듯이 AI 또한 지휘관의 의도와 인간의 윤리를 이해해야 한다.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판단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 인공지능(XAI)’, 오작동 혹은 환각(Hallucination)을 방지하는 이중 통제체계, 전자공격 속에서도 정상 작동할 수 있는 강인성(Robustness)의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의 명장들은 뛰어난 군사와 함께 역사를 바꿨다. 현재의 지휘관 곁엔 제갈공명도, 한신도 없다.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결심을 지원해 주는 AI라는 새로운 군사가 있다.
미래 전장은 기술 수준이 아니라 AI를 다스릴 수 있는 인간의 지혜로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 AI가 확보해 준 결심의 시간 속에서 지휘관의 통찰과 책임이 더해질 때 우리는 더 강하고 더 현명한 ‘AI 기반 강군’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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