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러주오~ 구애의 톡톡톡, 부담스러워…선임의 사생활

입력 2025. 11. 10   16:31
업데이트 2025. 11. 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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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 이슈
일주일 만에 꺾인 카카오톡 ‘슈퍼앱’의 꿈

월 4900만 이용자 하루 20분만 사용
체류시간 연장 전략 ‘피드형 친구 목록’
예상보다 큰 저항에 “원래대로” 백기
챗GPT 탑재·자체 AI 카나나엔 긍정적
약속 확정까지 대화 내용 자동 정리…
맛집 추천부터 예약·결제 일사천리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9월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9월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톡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이미 국군 장병 여러분도 새로워진 카카오톡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선보인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 것인데요. 단순히 메신저 역할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수많은 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 담아 이용자 체류시간을 연장하고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른바 ‘슈퍼앱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용자 반발이 거셉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친구탭’입니다. 기존 가나다순 전화번호부형 친구 목록이 피드형 친구 목록으로 바뀌었는데요. 카카오톡을 실행하면 친구로 등록된 이용자들이 게재한 사진이나 글귀 같은 게시물이 전면에 노출됩니다. 여기에 2분 안팎의 길이로 만든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는 숏폼탭까지 도입됐습니다.

대표적인 SNS 인스타그램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요즘 청소년층은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합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다이렉트메시지(DM)로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 나가고, 친구로 등록된 상대랑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연예인·유명인의 일상도 들여다봅니다. 인스타그램을 쓰는 청소년층을 카카오톡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카카오의 도전이었던 셈입니다.

이는 동시에 카카오톡의 정체성을 간과한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직장 상사의 사생활이 궁금한 부하 직원이 있을까요? 교수님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고 싶은 대학생은요? 숏폼이 미성년자 자녀에게 노출되는 상황을 반길 학부모는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비중은 42.6%로 나타났습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습니다. 고위험군과 잠재적 위험군을 합친 과의존 위험군은 스마트폰과의 분리가 어려워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단계를 뜻합니다.

 

대규모 개편을 진행한 카카오톡 설명자료.
대규모 개편을 진행한 카카오톡 설명자료.



대체로 혁신은 받아들이기 쉽지만, 혁명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많은 이용자가 카카오톡의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에서 카카오톡의 평점은 1점대예요. 업데이트를 강제적으로 저지하는 방법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해 왔던 카카오톡에는 굴욕적인 일입니다. 물론 카카오가 부정적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닙니다. 카카오톡은 폰트 하나만 달라져도 이상하다는 지적을 받아 와서입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록인 효과(lock-in effect) 강화와 광고 지면 확대, 인공지능(AI) 연결을 고려해 카카오톡에 변화를 주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기술이나 상품을 제공하고 이윤을 추구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기업의 전통적인 목표이니까요.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674분으로 집계됐습니다. 카카오톡 하루 이용시간이 약 20분 수준인 겁니다. 인스타그램(약 50분)과 유튜브(약 2시간19분) 사용시간을 밑돕니다. 카카오톡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4900만 명 이상으로 사실상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이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했던 겁니다.

이용자들은 기능을 비판하는 데 멈추지 않고, 카카오가 가난해졌다고 조롱하거나 대개편을 주도한 임원을 희화화하는 ‘카톡팝’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카톡팝은 카카오톡과 팝송의 합성어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풍자곡입니다. 텔레그램에선 카카오톡을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는 프로그램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OS) 및 앱마켓별 보안정책을 반영하지 못해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휴대전화 고장 시 애프터서비스(AS)가 어려워질 수 있음에도 롤백을 진행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카카오는 백기를 들었습니다. 업데이트를 시작한 지 약 일주일 만에 친구탭을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화번호부형 친구 목록이 친구탭으로 돌아오고,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카카오는 올해 안에 카카오톡 개선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외에도 △채팅방 폴더 도입 △24시간 이내 메시지 삭제·수정 △보이스톡·안 읽음 메시지 요약 △챗GPT 탑재(GPT-5) △자체 개발 AI 카나나(kanana) 역량 강화 등 이용자들이 원했던 기능을 대거 추가했습니다. 이로써 별도로 챗GPT 앱을 설치하거나 로그인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에서 AI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AI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특히 내년 초 정식 출시를 목표로 시범운영 중인 카카오톡 속 카나나에 관심이 쏠립니다. 카나나는 이용자의 대화를 이해하고 상황과 감정을 파악해 첨언이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휴가를 나가는 국군 장병이 연인과 데이트 일정을 잡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약속을 확정하기까지 주고받은 메시지가 상당했을 텐데요. 카나나가 최종 결정된 내용을 자동 정리해 주고 일정으로 등록해 줍니다. 약속장소 근처의 맛집을 추천할 뿐만 아니라 대화창에 지도를 띄워 구체적인 위치도 보여 주고 예약·결제시스템까지 제공합니다. 대화 내용 유출 우려도 털어 냈습니다. 개인별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라 이용자의 대화 및 정보 보호가 용이합니다. 이용자가 대화 내용 저장 및 AI 학습 반영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 보호장치도 강화합니다. 카카오는 보호자가 요청할 시 미성년 자녀의 오픈채팅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운영정책을 개정했고 미성년자가 위험한 숏폼에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에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도 신설했습니다. 기존엔 고객센터로 신청해야 했는데, 편의를 위해 경로를 간소화한 것입니다. 보호자가 본인 인증을 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카카오는 더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추가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정부도 보호자가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미성년 자녀의 올바른 미디어 이용을 지도하는 교육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정해 두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부턴 중독성 높은 콘텐츠별로 영향을 분석하고 예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SNS 사용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례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필자 이가람 기자는 매경AX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포털·통신·게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IT업계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필자 이가람 기자는 매경AX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포털·통신·게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IT업계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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