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재정플랫폼의 전략적 가치

입력 2025. 11. 07   17:10
업데이트 2025. 11. 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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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대령(진)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재정실
박주성 대령(진)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재정실

 


군사작전의 지속 가능성과 전장의 회복탄력성은 병력과 화력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현대전에서 전시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민·관 협력 기반의 신속한 조달·지급 체계는 필수 불가결한 전략적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은 디지털 기반의 재정 플랫폼이 실질적인 국가 생존과 군 작전 지속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우크라이나가 전시 상황에서도 국가 재정 기능을 유지·강화할 수 있던 요인은 ‘디야(Diia)’ 플랫폼의 실효적 활용에 있다. Diia는 디지털 신분 확인, 공공서비스, 보상금 및 계약대금 지급을 통합 처리하는 전자정부 시스템이다. 개전 이후에는 전투 임무 수행 중인 군인 급여, 유가족 보상, 민간 조달비용 지급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전시 재정 운용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기록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했으며, 국제사회의 지원금 역시 Diia를 통해 신속히 배분되며 전시 국방경제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스라엘 사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스라엘은 Gov.il 플랫폼을 기반으로 평시·전시를 불문하고 민·관 계약 체계의 자동화·표준화·신속화를 실현해 왔다. 이 체계는 전시에도 민간 조달업체와 계약체결부터 대가 지급까지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하마스의 기습공격 직후 피난소 운영, 군수물자 조달 등 대규모 민간계약이 Gov.il 시스템을 통해 신속히 체결·집행됐고 전자서명 및 자동지급 시스템은 행정 공백 최소화와 민관 협력 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군에도 뚜렷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재정의 기능은 단순한 회계·지급을 넘어 전시 작전의 지속성 확보와 국가 차원의 전시 대응 역량 강화의 핵심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 또한 전시에 대비해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재정 플랫폼 구축, 각급 부대 단위의 재정 권한 위임 체계 정비, 민관 조달 네트워크 사전 확보 및 자동화된 계약·지급 프로세스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전장에서의 총성만이 전쟁의 전부가 아니다. 급식 및 보급과 수송, 탄약과 정비, 급여와 보상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재정작전이 전장의 후방이자 기반이다. 다시 말해 전시 재정의 신속성·투명성·유연성 확보는 단순한 행정 영역을 넘어 군의 전투 지속능력과 국민 신뢰 유지의 실질적 동력이 된다. 현대전의 양상이 다변화·복합화되는 만큼 디지털 기반 재정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 자산임을 직시하고, 재정 분야의 체질 개선과 선제적 대비 노력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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