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파워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국가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 물리적이거나 보상의 힘을 의미하는 외교 및 국제 정치 용어다. 당근과 채찍의 영향력을 담고 있다. 반대로 소프트 파워는 문화적 역량이다. 힘보다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저력을 갖고 있다.
하드파워의 요소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군사력이고 두 번째는 경제력이다. 다른 국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수동적 방위력과 무력을 행사해 다른 나라의 영토를 뺏거나 주권을 행사하는 능동적 힘이다. 강대국과 열강들이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는 힘이다. 경제력 역시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생산(GNP)이 월등하다. 자원에서도 비교 우위에 있다. 국제 무역이나 금융 거래에 중심이 되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다.
하드파워를 갖고 있어야 국가나 개인이나 큰소리치며 살 수 있다. 몇 달 전 백악관 보도자료 사진에 하드파워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실렸다. 사진 제목도 ‘힘을 통한 평화’다. 트럼프가 가운데 혼자 자리 잡고, 유럽 국가 정상들은 그 앞을 빙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다. 스타머 영국 총리,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말석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해당 국가 국민들이 보기에 자존심 상하는 장면이다.
거기에 더해 지난 2월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듣는 사건도 있었다. 트럼프는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도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호통치고 면박까지 줬다. 굴욕적인 대우를 당한 젤렌스키도 지지 않고 할 말 다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국가적인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나왔으나 요즘 말로 현타가 왔다. 지난 8월 다시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세를 낮췄다. 이전처럼 태도를 취했다간 위기에 빠진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하드파워를 자력으로 갖추지 못한 나라의 비애다.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도 곤욕을 치렀다. 백인들이 인종 학살을 당하고 있다는 가짜 영상까지 틀며 면전에 대고 혼을 냈다. 대등한 국가 정상끼리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국 대통령의 딱한 모습을 지켜본 남아공 언론에서 대통령을 위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미국과 관세 문제로 관계가 악화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트럼프에게 정중한 대면사과를 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자국의 반 관세 광고가 트럼프를 격노케 했다는 반응을 접하고 나서다.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미국 안보를 대신할 나라 정상과의 만남은 태도가 다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한테는 강압적이지 못하다. 이란의 핵 개발을 앞장서 저지하고 중동국가들의 반미정책에 대항해 주는 중요한 파트너다. 미국 방위산업의 최대 고객이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해 지속적인 보복도 강한 제재 표명을 피하고 있다. ‘뉴클리어 파워’란 핵 보유와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북한에 대해서도 김정은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심기 건드리길 피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나라 1년 국방비가 북한 국가 총생산의 약 1.4배이고, 세계 군사력 5위를 자랑하며 경제력은 북한의 수십 배에 달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방위산업 강국이자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현 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드파워는 진정한 평화를 얻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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