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문민화 vs 군사전문 직업주의

입력 2025. 11. 06   15:48
업데이트 2025. 11. 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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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최근 국방부에서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국방문민화(文民化)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문민통제(Civilian Control)는 민주주의 국가 군대 운영의 기본 원리로, 군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통제를 받는 장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문민화의 본질적 의미다. 문민화는 단순히 군인 숫자를 줄이고 공무원 비율을 늘리는 행정적 비율 맞추기가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핵심은 정치 권력으로부터 군을 분리하고, 군의 고유 임무 수행은 전문 직업군인에게 맡기되 국민적 통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균형에 있다. 불법계엄 사태가 남긴 교훈 또한 이 점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이번 경험은 군이 더욱 전문성을 갖추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군사 전문 직업주의(Military Professionalism)’가 정착돼야 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군의 임무와 사명은 정치가 아닌 안보와 전쟁 수행에 있다. 따라서 군인은 전문성을 축적하고 자부심을 지켜가며 묵묵히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문민통제가 제대로 기능하고, 민주주의에 걸맞은 건강한 군대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군 수뇌부의 임기 보장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안보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의 축적 및 활용을 위해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임기를 대부분의 나라처럼 2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 수뇌부가 교체되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군 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전문적 역량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군은 정치적 영향을 받기 쉬운 취약한 구조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문민화 추진과 더불어 군 수뇌부 임기 연장과 보장 논의가 함께 이뤄진다면 이는 문민통제를 더욱 건강하게 작동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도 이 논의의 중요성과 시급함을 더해 준다.

또한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군사 이해도를 높이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 공무원에게 군사·안보 관련 교육과 리더십 확장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해 군과의 협업 역량을 강화한다. 이는 군사적 전문성을 지닌 군인과 행정적 전문성을 지닌 공무원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보완하는 건강한 국방 커뮤니티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우리 역시 국방부 공무원에게 일정 수준의 안보·군사교육이나 경험을 쌓을 기회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면 문민과 군이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게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국방운영의 균형과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이다.

결국 국방문민화는 군 전문직업주의의 정착과 맞물려 가야 한다. 군은 정치로부터 독립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무원은 문민적 통제의 제도적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보완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안보 상황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의 임기 보장이라는 제도적 장치에서 출발하고, 동시에 국방부 공무원의 군사이해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국방문민화와 군 전문 직업주의가 조화를 이루며, 우리 군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민주적 군대로 굳건히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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