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날, 손상통제사의 사명과 책임을 생각하며

입력 2025. 11. 06   15:49
업데이트 2025. 11. 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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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운 원사 해군8전투훈련단
박승운 원사 해군8전투훈련단



큰 일교차와 제법 쌀쌀한 기운으로 “겨울이 머지않았구나”를 생각하게 하는 11월이다. 지난 20년간 해군손상통제사로서 근무하며, 이 시기는 내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희생의 숭고함과 생명의 고귀함을 실천하는 소방관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날인 11월 9일 소방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 위 함정에서, 육지의 현장에서 불길과 싸우며 생명을 지키는 사명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해군손상통제사와 소방관이다.

‘바다 위의 소방관’이라 불리는 해군 손상통제사는 함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을 잡고, 침수가 발생하면 방수를 담당한다.

밀폐된 철제 공간 안에서 불과 물이라는 두 가지 위험에 동시에 맞서는 우리들의 임무는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렇듯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소방관처럼 함정과 전우들을 지키는 방패인 해군손상통제사는 서로 닮아 있다.

손상통제는 단순한 기술보다 전우 간 협동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염과 연기로 뒤덮여 사방이 뜨겁고 앞이 안 보이는 상황 속에서 오직 동료의 목소리와 판단을 믿고 움직여야 한다. 한 사람의 실수가 곧 함정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해군손상통제사들은 “비상상황에서 단 한 명의 침착함이 전우 전체의 생사를 가른다”는 일념으로 평시에도 끊임없는 훈련을 반복·숙달하고 있다.

함정 승조원을 대상으로 화재 진화와 손상복구, 각종 비상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 이들이 비상상황에서도 불과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을 먼저 떠올려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체화시키고 있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대비는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화재 역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 지역 주변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자제하며, 가스밸브 누설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특히 화재 발생 시 조기에 경보를 울려주는 화재감지기 설치와 점검, 소화기의 주기적인 관리는 함정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돼줄 것이다.

해군손상통제사와 소방관, 재난으로부터 전우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불길 속에서 같은 마음으로 싸우고 있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불길 속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소방관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동시에 해군손상통제사 전우들에게도 따듯한 격려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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