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을 빛낸 예포, 국격을 울리다

입력 2025. 11. 05   16:06
업데이트 2025. 11. 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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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소령 육군2작전사령부 무열포병대대
이정혁 소령 육군2작전사령부 무열포병대대



찬 바람이 가시지 않은 늦가을, 우리 무열포병대대는 다시 대포 앞에 섰다. 이번에는 적을 향한 포성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예포였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김해국제공항 하늘 아래에서 우리 부대는 국가적 예우의 상징인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며 세계 정상들을 맞이했다. 그 순간,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병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이 모여 협력과 번영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 세계 주요국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상들이 입국하는 순간 울려 퍼진 예포는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품격과 자긍심의 울림이었다.

우리는 2작전사 직할 포병대대로서 평소 전투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가적 행사에 예포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전방 포병처럼 적과 직접 맞서진 않지만, 우리가 쏘는 예포는 평화를 지키는 포성이라 믿는다. 이번 APEC 예포 지원 역시 그 신념의 연장이었다. 국가 품격을 높이고 국민의 자부심을 세우는 일, 그것이 우리가 맡은 또 하나의 전선이었다.

우리 대대에서 운용하는 K105A1 105㎜ 자주포는 기동성과 정밀성을 겸비한 첨단 무기체계다. 도심형 작전 환경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으며, 그 덕분에 우리는 서부지역 광역시와 중소도시를 지키는 포병부대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예포 임무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각도와 시간, 포열 간 간격, 단 하나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는 평소 숙련된 교육훈련으로 그 정밀함을 몸으로 익혀왔다.

특히 전역을 앞둔 용사까지 휴가를 반납하면서 예포 준비에 함께했다. 모두 하나 돼 각자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묵묵히 완수했고, 그 헌신이 있었기에 국가적 중책이던 이번 행사도 완벽히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21발이 울려 퍼질 때 모두의 눈빛 속에는 ‘임무 완수’의 확신이 빛났다.

그날의 예포는 단순한 폭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리였다. 세계가 주목한 자리에서 우리 군의 품격과 역량을 보여준 찬란한 순간이었다. 한 발의 포탄에 담긴 ‘국격’의 무게를 알기에 누구도 책임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예포를 쏜다는 것은 곧 국가를 대표한다는 뜻이어서 우리는 자부심으로 노력했고, 끝까지 오차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이번 APEC 예포 지원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포병의 사명감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우리가 쏜 것은 단순한 포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예와 자긍심이었다. 그 울림이 머무는 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나라를 빛내는 포병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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