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제임스 키라스, 마르티안 키첸. 2024. 『공백 속으로: 테러와의 전쟁 이후 특수작전』
James D. Kiras & Martijn Kitzen. 2024. 『Into the Void: Special Operations Forces after the War on Terror』. Oxford University Press. pp. 400.
‘테러와의 전쟁’ ‘러 회색지대 작전’으로
SOF의 역할·기능 더 중요하게 인식돼
유용성·역량·혁신 등 3가지 평가
존재 이유 ‘내러티브’로 정당화할 때
과거 ‘침투 타격 부대’서 벗어나
기술혁신 접목한 4세대로 진화 전망
특수작전에 관한 연구는 드물다. 자체 특수성으로 인해 내부 사정이 잘 알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문 연구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출판된 『Into the Void: Special Operations Forces after the War on Terror(공백 속으로: 테러와의 전쟁 이후 특수작전)』은 특수작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단순 사례 분석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 이후 특수작전부대(SOF)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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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유용성
저자 제임스 키라스와 마르티안 키첸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는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시기에 SOF가 ‘전략적 유용성’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강대국 간 경쟁이 핵심 안보 위협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SOF의 유용성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런 주장에 반박한다. 강대국 간 경쟁 상황에서도 여전히 SOF는 전략적 유용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다.
저자들은 강대국 경쟁에서도 강대국이 직접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경우 대리자(proxy)를 내세운다. 직접적 개입을 피하기 때문에 확전의 위험성도 낮고 비용도 효율적이다. 발뺌하기도 좋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를 빼앗았을 때 썼던 방법이 대표적이다. 강대국 간 경쟁이 대리자들의 운용으로 발현되고 있다면, 이 대리자들을 관리하는 적임자는 SOF일 수밖에 없다. SOF는 대리자를 식별하고 육성, 통제하면서 이들의 정치적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회색지대 작전에 맞서 SOF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위협이 노골화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여전히 SOF 유용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은 ‘해상통로에 대한 통제력’ 강화나 ‘섬 포위’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지점이나 섬에 대한 물리적 통제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가장 수행할 수 있는 부대도 SOF다.
4세대 SOF의 역할과 역량
두 번째 큰 질문은 ‘4세대 SOF의 역할과 역량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이다. 저자들은 표적으로 찾아서 격멸(find & fix)하는 식의 표적 제거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방식은 전술적 승리에 집중했을 뿐 전략적 안정이나 우세한 환경의 장기적 형성(shaping)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 중반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SOF 작전을 성공했지만 정치적 결말을 보장하지 못하는 ‘전술의 함정’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강대국 경쟁 시대에 SOF는 단순히 표적 제거자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전략적 ‘상황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유리한 전략적 환경을 형성하고, 비기사적 위협과 신호 조절을 통해 억제력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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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 번째 큰 질문은 새로운 역할과 역량을 인식했다면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전략적 혁신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대국 경쟁 구조에서는 적응 속도가 전투력의 핵심이므로 SOF의 혁신은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 적응 체계가 돼야 한다. 결국 ‘혁신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체계적인 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략적 혁신 체계는 크게 4개의 질문으로 이뤄진다. △왜 혁신해야 하는가(전략) △누가 혁신을 관리하는가(조직) △무엇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기술) △혁신하는 분위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문화) 등이다.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전략적 목표에 추동되는 목적 지향적 혁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주도할 상시적 조직을 구축해야 하고, 민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에서는 혁신의 정신을 발양할 수 없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강조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혁신의 구체적인 모습도 제시되고 있다. 미래 SOF는 더 이상 ‘인원수+총기·폭약+침투기술’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미래 전투력은 △인간 요원 △자율·반자율 시스템 △네트워크화된 지휘·통제·정보 시스템 △이를 지배하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다. 이 네 가지가 임무별로 새롭게 묶여서 하나의 ‘작전 단위’처럼 행동한다. 저자들은 이를 ‘조합체(assemblage)’로 개념화한다. 미래 SOF의 구성은 부대 편제표에 있는 중대·대대가 아니라 ‘사람·센서·인공지능(AI)·지휘링크’로 구성된 임시 전력 패키지로 운영된다는 얘기다.
도덕적 정당화의 과제
앞에서 기술혁신이 SOF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4세대 SOF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도덕적 차원의 정당성이다. 여기서 저자들은 “SOF는 물리적 전투력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자신의 ‘내러티브’로 정당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진단은 최근 SOF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SOF는 큰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숨은 암살자’라는 이미지로 소비됐다. 강대국 경쟁 시대에는 단순 타격이 아니라 ‘정치적 안정과 영향력 관리’가 핵심인데, 기존 내러티브는 이 임무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중에게 ‘왜 SOF가 필요한가’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 실패 사례로 미국 네이비실의 빈 라덴 제거 작전(2011)을 든다. 언론과 대중에 의해 ‘복수극’ 서사로 소비돼 버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작전에 대한 스토리를 통제하지 못함으로써 전술적 성공이 정치적 패배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간단하다. ‘SOF는 적진에 침투해 정밀 타격하는 부대’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4세대 SOF는 다소 이상적인 모습을 띠고 있고, 어쩌면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그러나 어떻게 특수전력을 강화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는 훌륭한 지침서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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