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차세대 통신망이 연결하는 글로벌 드론 네트워크
우크라 ‘스파이더웹’ 작전, 드론 운용 개념 전환
러시아 이동통신망 접속 조종해 공군기지 폭격
센서·병력·무기·지휘 체계 ‘유기적 통합’ 가능
자율·지능 중심 진화…‘네트워크 중심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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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일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가 놀란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자국에서 43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의 벨라야 공군기지를 포함한 전략 공군기지 4곳을 동시 타격한 것이다. 작전에 투입된 117기의 1인칭 시점(FPV) 드론은 다수의 러시아 전략 폭격기에 손상을 입혔다. 작전의 핵심은 드론을 러시아 영토 내부로 미리 밀반입한 후 3G·4G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원격 조종하는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년6개월 9일에 걸쳐 준비했다”고 밝힌 이 작전은 적의 통신 인프라까지 무기화한 혁신적 사례로 평가된다.
‘스파이더웹(Spiderweb)’이라고 불린 이 작전이 보여준 것은 드론 운용 개념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조종자가 드론과 직접 무선 통신으로 연결돼 있어야 했기 때문에 거리 제약이 컸고, 조종자도 위험 지역에 접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우크라이나 조종자가 안전한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 내부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수천㎞ 떨어진 드론을 조종했다. 적의 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드론을 운용한 것이다.
원거리 드론 운용에는 다양한 통신 기술이 사용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작전에서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망을 활용, 각 전선의 소형 드론이 포착한 영상을 공유해 신속한 타격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군 역시 자체 전술 데이터 링크 체계를 구축하며 감시·타격 자산 사이의 연결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작전 성패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이런 대규모 원거리 드론 운용은 차세대 통신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5G는 초저지연, 초고속 데이터 전송, 다수 접속 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다수 드론이 동시에 작전하는 환경에서도 끊김 없는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위성통신은 지형적 한계를 넘어 산악, 사막, 해상 등에서의 통신을 보장한다.
여기에 메시 네트워크 기술이 더해진다. 메시 네트워크는 각 드론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거미줄 같은 통신망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일부 드론이 파괴되거나 통신이 차단돼도 다른 드론들이 자동으로 우회 경로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유지한다. 이 기술들이 결합된 글로벌 드론 네트워크는 현대 작전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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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서 드론의 능력은 더욱 향상될 수 있다. AI는 통신 대역폭을 분석해 데이터 전송 우선순위를 조절하고, 협업 드론 간 역할 분담도 자동으로 수행한다. 산악지대에서 정찰 중인 드론이 적 이동을 감지하면 메시 네트워크를 통해 인근 부대에 정보를 전달하고, AI가 분석 결과를 즉시 제공해 선제 대응을 유도한다. 이 모든 과정이 수초 내에 이뤄져 전장의 생존과 승패를 좌우한다.
육상 작전과 마찬가지로 해상에서도 통신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유인정찰 자산은 광범위한 해역을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위성통신과 드론이 결합되면서 동시다발적 감시가 가능해졌다. 특히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해양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군사적·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주대학교 김동현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4G·5G 기반의 ‘기가(GIGA) 재난 드론’을 개발하고, 2020년 강원도 태백시에서 실증을 마쳤다. 이 드론은 통신 거리의 제약 없이 서울에서도 태백을 원격 조종할 수 있으며 △고화질 영상 전송 △음성 메시지 전달 △자동 비행경로 설정 등 기존 드론과는 차별화된 성능을 자랑한다. 우리나라가 통신 기반 드론 운용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통신망 기반 드론 운용 기술은 다양한 실생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산악 조난 구조 현장에 드론이 먼저 투입돼 피해자 위치 정보를 위성망을 통해 전달하면 구조대는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감염 지역 상공을 드론이 비행하며, 확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방역 물자를 운송하는 데 활용됐다. 도시 기반 스마트 인프라 구축에서도 드론 네트워크가 접목돼 교통량 분석, 도심 항공 물류, 환경 감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통신 기반 드론의 기술은 자율성과 지능성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측 기반 통신 자원 분배, 네트워크 우선순위 자동 설정, 심지어는 전파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경로를 수정하는 능력까지 개발되고 있다.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 실현을 가속화하며, 정보 흐름 자체가 작전 수행의 핵심 요소가 되는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군사 전략과 운영 개념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지휘관은 현장 영상과 데이터를 수초 내에 확인할 수 있으며, 드론은 상황 인식과 대응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전장은 더 이상 시간·공간적 제약의 전통적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드론 통신 표준화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표준 데이터링크 체계를 드론 네트워크로 확장하려 하고, 중국은 자체 개발한 베이두(BeiDou) 위성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독립적 드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갈릴레오 위성망과 연동한 민·군 겸용 드론 통신 체계를 추진 중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는 드론 전용 주파수 배정과 국제 표준 프로토콜 제정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향후 글로벌 드론 네트워크의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로 인한 사이버 보안 위협, 위성망 커버리지 한계, 통신 병목 현상 등은 지속적인 연구와 대응이 필요한 분야다. AI 기반 보안 기술, 자동 주파수 전환, 상황 인식형 통신 우선순위 설정 등 첨단 대응 기술이 병행돼야 한다.
차세대 통신망 기반의 드론 네트워크는 단순히 드론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전장의 모든 센서, 병력, 무기, 지휘 체계를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지능형 전장 운영체계’의 핵심이 되고 있다. 통신이야말로 드론과 AI가 새로운 전투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바탕이며, 이 네트워크 위에서 미래 전장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글로벌 드론 네트워크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방위 역량에서 필수적인 전략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결된 전장을 넘어 이제는 전장에서 바로 ‘드론을 만드는’ 시대다. 다음 회에서는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한 신속 제작 드론 체계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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