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 주인공인 ‘이지안’은 이력서 특기란에 ‘달리기’라고 기재한다. 100m 기록이 몇 초인지도 모르지만 달릴 때만큼은 자신이 없어지는 게 좋아서라고 이야기한다. 보통 달리기는 숨찬 일이지만 그에게는 달리기가 숨 쉴 수 있는 틈,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틈이었다.
삶에는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 삶을 살아 내야 한다는 점, 또한 그 여정에 퍽 고통스러운 일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쁘고 행복한 일도 적지 않다. 그 기억은 쉽게 휘발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은 우리를 자주 매몰시킨다.
침체, 매몰, 고통, 우울. 뭐라고 부르든 우리를 아래로 잡아끄는 것들의 압력을 받기에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기쁜 사건들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털어 내고 튀어 오를 힘이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은 여러 요인을 활용해 성장 가능하다. 특히 신체활동을 하면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효과로 마음 건강을 챙기는 신체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운동은 뇌에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를 공급한다. 이는 뇌에 비료 같은 존재로 스트레스 반응을 무마시키는 뇌세포를 비롯한 모든 뇌세포의 성장과 기능을 돕는다. 운동 시 뇌는 스트레스 독성으로부터 뇌세포를 보호하는 BDNF에 흠뻑 젖게 됨으로써 스트레스 통제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부대원을 대상으로 ‘회복RUN 챌린지’를 계획해 두 번의 챌린지를 추진했다. 달리기는 모든 간부·군무원이 매년 체력측정으로 뜀걸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점, 시간·인원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란 점에서 효과적이다. 동시에 러닝 애플리케이션 챌린지 기능으로 참가자 서로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 산출의 효율성, 경쟁의식으로 인한 흥미성을 제공한다.
두 번의 챌린지 동안 총 86명의 간부·군무원이 참여해 8521㎞를 달렸다. 8500㎞는 서울에서 캐나다 밴쿠버까지 지구 한 바퀴의 5분의 1 거리다. 이 긴 거리를 함께 또 따로 달리며 땀을 흘렸을 수호신 부대원들을 생각했다. 트랙에서, 도로에서 달리는 시간 동안 한 배우가 대사로 전했던 것처럼 잠시 ‘고된 나’로부터 벗어났을, 때로는 삶의 각 영역에서 힘들고 고되지만 매몰되지 않고 튀어 오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었을 부대원들.
챌린지를 하면서 참여 부대원들의 회복탄력성 신장과 수호신부대 일원으로서 수도 서울을 지키는 임무를 완수하는 데 기여했다는 생각에 군종장교로서 안도감과 보람을 느낀다. 이 기쁨을 기억하면서 수호신부대를 위해 함께 달리고 장병들의 회복탄력성과 안전하고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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