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전망대에서 전하는 6·25전쟁의 기억과 사명

입력 2025. 11. 02   14:55
업데이트 2025. 11. 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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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상병 육군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정진우 상병 육군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Forgotten War’. 

6·25전쟁은 미국에서 ‘잊힌 전쟁’으로 불린다. 수많은 국군, 미군, 유엔군이 함께 피를 흘렸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해서다.

하지만 참전국 수나 사상자 규모 면에서 6·25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격렬했던 열전이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6·25전쟁은 과연 얼마나 기억되고 있을까?

대부분 전쟁 발발일은 알고 있지만 정전협정이 언제 체결됐는지, 국군의 날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른다. 사실 국군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국군의 날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렸던 전선에서 인천상륙작전에 이은 반격으로,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이 최초로 38도선을 돌파한 역사적인 날이다. 부끄럽지만 이런 사실을 입대 전까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군 생활이 6·25전쟁에 관한 의식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육군5보병사단 열쇠전망대 브리퍼(Briefer)로 근무 중이다. 열쇠전망대는 비무장지대(DMZ)와 6·25 전적지를 직접 보고 배우는 안보교육의 현장이다. 이 ‘안보교육의 최전선’에서 내·외국인을 상대로 브리핑 임무를 수행한다. 자대 배치를 받은 뒤 선임들처럼 멋진 브리퍼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대본을 숙달했다.

그러나 근무현장에서 브리퍼에게는 단순한 정보 전달 그 이상의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외국인, 민·관·군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6·25전쟁과 관련된 질문을 자비 없이 던지기 때문이다. 열쇠전망대는 또 하나의 전장이었다. 첫 근무 당시 6·25전쟁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군인으로서,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6·25전쟁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했다.

6·25전쟁이 점점 잊히는 현실에서 6·25전쟁이 기억되도록 브리퍼로서 국민의 안보의식을 높이고, 그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이들의 희생을 되새기고 다음 세대에게 기억을 전파하는 전달자이자 증언자가 되고자 한다.

총성은 멈췄지만 기억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6·25전쟁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근간이다. ‘Forgotten War’라는 불명예를 넘어 기억과 감사가 살아 숨 쉬는 ‘Unforgotten War’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오늘도 열쇠전망대에서 이 다짐을 되새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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