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군 통수권 장악 장기화

입력 2025. 10. 30   14:54
업데이트 2025. 10. 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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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아주경제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박승준 아주경제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지난 18일 자 1면에 사설을 싣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당 중앙은 허웨이둥(何衛東·68), 먀오화(苗華·67), 허훙쥔(何宏軍·64), 왕슈빈(王秀斌·61), 린샹양(林向陽·61), 친수퉁(秦樹桐·62), 위안화즈(袁華智·64), 왕허우빈(王厚斌·64), 왕춘닝(王春寧·62) 9명의 당적을 박탈한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중국공산당 당적 박탈은 어떤 직위도 가질 수 없고 어떤 월급이나 수입도 확보할 수 없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 정부가 수립된 때보다 28년 앞선 1921년 중국공산당이 창당돼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만든 나라다. 헌법은 정부 수립 5년 뒤인 1954년 처음으로 만들어져 반포됐다.

당적 박탈은 과거 유럽 사회에서 내려지던 ‘법의 보호로부터 제외’와 마찬가지 의미를 지닌 극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4억 명이 넘는 인구 중 중국공산당원은 1억 명이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기존에 당적을 갖고 출세의 길을 달리던 이에게는 어떤 직위도, 권리도, 수입도 없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을 뜻한다.

‘해방군보’가 사설에서 당적 박탈을 공개한 9명의 군 고위층 가운데 허웨이둥은 중국군 최고 수뇌부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당 정치국원을 겸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부터 공개석상에 모습이 보이지 않다가 이번에 당적 박탈이 확인된 인물이다.

먀오화는 중앙군사위 위원과 당 중앙위원이었고 허훙쥔은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부주임, 왕슈빈은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부주임 겸 남부전구(戰區) 사령관, 린샹양은 동부전구 사령관 겸 당 중앙위원, 친수퉁은 육군 정치위원 겸 당 중앙위원, 위안화즈는 해군 정치위원, 왕허우빈은 로켓군 사령관, 왕춘닝은 무장경찰 소장을 지냈다.

모두가 군 수뇌부와 각 군 사령관, 지역군 사령관, 정치위원을 지낸 인물로 중국군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 중 ‘정치위원’이란 우리 군에는 없는 직위로, 각 군의 전술·전략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자리다.

중국군은 작전을 담당하는 군인과 정치위원으로 크게 나뉜다. 과거 중국 최고 실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도 정치위원 출신의 군인이었다. 이들에 관해 ‘해방군보’는 “이들 9명은 모두 범죄와 관련돼 군사 검찰기관에 이송, 법에 따라 기소될 예정이며 당 중앙과 군사위는 앞으로 반부패 투쟁을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군(全軍)은 당 중앙과 군사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휘를 확고히 따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방군보’가 사설에서 군 수뇌부 9인의 이름을 열거하며 당적 박탈을 공개한 시점은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가 개막하기 이틀 전이었다. 이로써 그동안 꾸준히 중국 바깥에서 거론돼 오던 시진핑 실각설은 사라지고, 거꾸로 2027년 이후 2032년까지 장기집권체제로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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