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방산전시회이자 에어쇼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25(서울 ADEX 2025)’가 막을 내렸다.
지난 17~19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는 에어쇼 중심의 퍼블릭 데이가 열렸다. 이어 20~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방산제품을 전시한 비즈니스 데이가 진행됐다. 서울공항에서 펼쳐진 에어쇼에선 한국형 전투기 KF-21, 소형무장헬기(LAH) 미르온, 독자 개발 훈련기 KT-1 등이 화려한 비행 실력을 뽐냈다. 그중 단연 눈에 띈 것은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였다.
1967년 창설한 블랙이글스는 8명의 조종사로 구성되고 4년마다 교체된다. 블랙이글스에 지원하려면 총 비행시간이 최소 70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비행교육과정 성적도 상위 3분의 1 이내, 전투기 4대 이상을 지휘할 수 있는 편대장이어야 가능하다.
새로운 팀원은 공군 전투기 조종사 가운데 선발된다. 팀원이 되면 우선 T-50 비행교육을 두 달간 받는다. 그 뒤 4~5개월간 T-50으로 42~48회 비행하면서 특수비행자격훈련과정을 거친다. 특수비행자격훈련에서는 고고도와 저고도 비행, 여러 대와 동시 비행 등 각종 비행을 통해 30가지나 되는 다양한 특수기동을 숙달해야 한다.
또 블랙이글스 일원이 되기 위해선 기존 팀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만장일치제를 선택하는 것은 신뢰 때문이다. 8기의 항공기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비행하려면 조종사 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블랙이글스는 올해 에어쇼에서 편대 대형을 비롯해 180도 회전, 대칭 기동, 태극마크·무궁화 기동 등 주요 곡예기동을 선보이며 가을 하늘을 수놓았다. 블랙이글스가 어려운 비행기술을 펼칠 때마다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조종사들을 응원했다.
지난 19일 서울공항을 찾은 필자도 오랜만에 마주한 블랙이글스 곡예비행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투기 안에서 필사적으로 중력가속도를 견디고 있을 조종사들 생각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공군 조종사들은 비행 중 급선회·급상승 상황에 직면하면 매우 높은 중력가속도를 경험한다. 이때 정신을 잃으면 추락해 인명사고를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조종사가 되기 위해선 중력가속도 내성 강화훈련(G-Test) 통과가 필수다.
필자 역시 지난해 4월 공군항공우주의료원에서 실시한 비행환경 적응훈련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은 조종사들이 견디는 중력가속도의 9배가 아닌 6배를 경험했다. 중력가속도 6배를 20초만 견디면 훈련에 통과할 수 있었지만, 온몸의 피가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에 기절한 이도 많았다. 그때 에어쇼에서 고도의 비행기술을 펼치는 조종사들이 얼마나 힘들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서울공항과 킨텍스 두 곳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진 ‘서울 ADEX 2025’ 입장객은 서울공항 15만2257명, 킨텍스 11만1026명 등 총 26만3283명을 기록했다. 전 대회 입장객(22만228명)보다 19.5% 증가한 수준이다. 수주 상담액 또한 449억 달러(약 64조6500억 원)로 2년 전 294억 달러(약 42조3300억 원) 대비 52.7% 늘었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ADEX의 이러한 성공에는 공군 조종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마음으로 행사를 지원해 준 장병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년 뒤인 2027년에는 더 큰 성과를 거두길 기대하며, 올해 행사를 위해 고생한 장병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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