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승리한다

입력 2025. 10. 28   14:47
업데이트 2025. 10. 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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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닮 상병 해병대6여단
김예닮 상병 해병대6여단



서해 최북단을 지키는 해병대6여단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최전방이라는 긴장감이 무뎌질 때 즈음이면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방송이 귓가를 울린다. 어깨에 붙어 있는 국방색 태극기를 볼 때나 침대 머리맡에 둔 방탄조끼와 헬멧을 접할 때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를 다시금 되새긴다.

생활반에서 다른 해병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상황을 전파하는 스피커에서 조그만 소리라도 들릴 때면 모두 웃음기를 지우고 방송 내용에 집중한다. 그 짧은 순간의 정적 속에서 선·후임, 동기들의 얼굴에선 방금까지 있었던 장난기 어린 해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방송이 들리면 시간·장소와 상관없이 모두가 최대한 빠르게 각자 자리로 간다. 상황이 종료되면 그제야 긴장이 풀려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해병을 만난 적은 없다. 우리는 국방색 태극기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 때문이다.

서북도서에서 근무하는 것은 분명 어려움이 따른다.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이는 반대로 우리의 큰 자부심이자 자긍심이다. 언제라도 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국방색 태극기를 전투복에 붙인다는 점, 적과 총구를 맞대고 있다는 점이 바로 우리가 이곳을 지킬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다. 사격을 알리는 명령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던 K9 자주포 운용병들의 눈빛과 전투 배치를 외치며 뛰어가는 방공대대 대원들의 눈빛은 서북도서 절대사수라는 사명을 지닌 해병들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우리는 국가전략기동부대의 일원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했기에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가와 상관에게 충성하고 태극기의 무게와 책임감을 느끼며,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는 해병으로 거듭난다. 또한 해병이 승리해야 할 상대는 단순히 적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개개인의 발전은 곧 해병대와 국군의 발전으로 이어지기에 정신적·신체적 발전을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고된 훈련과 과업 속에서도 개인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길 바란다. 정신무장을 통해 자신과 끊임없는 싸움을 이어 나갈 때 비로소 적과 싸워 이길 준비가 된 것이다.

군인은 국가의 부름에 답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국가의 부름에 목소리 높여 응했으며, 국가는 우리에게 서북도서를 수호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보잘것없는 청년이었던 우리는 서해의 전략적 요충지를 지키는 군인이 됐고, 비로소 해병으로 만들어졌다. 지금 우리의 임무가 무엇인지 매 순간 상기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음을 영광으로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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