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내세운 폭로, 과연 ‘정의’일까?

입력 2025. 10. 28   14:46
업데이트 2025. 10. 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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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유튜브를 보면 누군가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콘텐츠가 유독 많다. 선정적인 제목과 자극적인 섬네일, ‘정의 구현’ ‘공익’이라는 구호가 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질문이 떠오른다. “이게 정말 공익을 위한 폭로이고 정의일까?” 

최근 법원은 이렇게 공익을 내세워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특정인을 비방한 유튜버들에게 잇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정의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회 수, 구독자, 광고수익을 위한 사적 제재와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SNS에 게시한 A씨에게 징역 8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이례적으로 법정구속했다. A씨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캡처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이름·사진·거주지·직장을 담은 신상정보를 게시했다. 그는 “사회적 공분이 큰 사건이므로 공익을 위한 폭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아이돌그룹 멤버 장원영을 비방한 유튜브 ‘탈덕수용소’ 운영자 역시 명예훼손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가 유료회원제 채널을 운영하며 2년간 약 2억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사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운영자는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공익적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 편집으로 조회 수·수익을 노린 행위로서 공익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이 두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들의 행위가 ‘공익’을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받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다.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형법 제310조)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실’이고 ‘그 내용이 진실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그러나 법원은 ‘공공의 이익’이란 단순히 대중의 호기심이나 감정적 분노를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전한 여론 형성과 공적 판단에 기여할 정도의 공적인 필요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진실한 내용이라도 표현의 목적이 개인의 이익·보복·경제적 수익에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최근 유튜브에서 ‘공익’이란 명분 아래 게시된 영상 상당수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동적인 제목·편집, 조회 수를 노린 선정성, 수익모델로 설계된 콘텐츠 등은 공익이 아닌 사익 추구에 가깝다. 앞서 장원영 유튜버 건처럼 구독자 증가, 유료회원제 운영, 광고수익 창출 등이 확인된 점이 바로 그 사익성이다.

이들은 “국가도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예외적으로 법률에 의해 허용된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 2 등은 공권력에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두고 공개 여부·범위·시점을 엄격하게 통제하도록 한다. 이는 감정적 여론이나 자발적 폭로에 휘둘리지 않도록 인격권·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사인이 임의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이러한 절차적 통제를 우회한 것이기에 공익을 내세웠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는 희박하다.

인터넷과 SNS 활성화는 누구나 ‘보도자’ ‘공익적 폭로자’가 될 수 있는 좀 더 민주주의 이상에 가까운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어느 가치나 마찬가지이듯 우리가 지키는 ‘표현의 자유’도 무제한은 아니다.

‘공익’을 내세운 폭로가 실제론 조회 수·수익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한다면 정의가 아닌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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