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찾는 영웅들
육군5군단 김유빈 군무주무관
유전자 시료 채취·전수조사 담당
군 장병 대상 교육·홍보도 병행
전사자 신원 확인율 제고에 기여
“영웅의 귀향, 마지막 예우 다해야”
유해발굴사업 국민적 관심 강조
6·25전쟁이 발발한 지 75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흔적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산화한 선배 전우들이 제대로 예우받지 못하고 이름 모를 야산에 묻혀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군 장병과 군무원들은 각급 부대별로 호국 영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해발굴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배 전우들의 명예를 높이고, 유족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육군5군단 김유빈 군무주무관이 그중 한 명이다. 최한영 기자/사진=부대 제공
|
5기갑여단에서 유전자 시료채취 담당
김 군무주무관은 지난해 5기갑여단 근무 당시 6·25전쟁 전사자 유가족 유전자(DNA) 시료채취 업무를 시작했다.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1만1000구 넘는 국군 전사 유해가 발굴됐지만, 신원이 확인된 사례는 250여 건에 불과하다. 전사자 유해에서 추출한 DNA 정보를 가족과 비교해야 신원이 확인되지만, 확보한 유가족 DNA 시료가 너무 적어 대조 자체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료채취 업무의 중요성이 높은 이유다.
김 군무주무관은 여단 예하부대 지휘관들에게 업무 중요성을 설명하고 장병 중 채취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전수조사 등을 도맡았다. 그는 “여단 전입 병사 비전설계교육, 전역 병사 미래설계교육에 6·25전쟁 전사자 유가족 DNA 시료채취 홍보 교육을 편성해 시료채취의 중요성을 재차 알리고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중요하지만 처음 하는 업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시료채취 대상자를 확인하고 가족에게 사전 연락했을 때 ‘보이스피싱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 김 군무주무관은 “초기에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홍보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업무에 필요한 절차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며 “5군단 유해발굴팀 도움 등에 힘입어 어려움을 헤쳐갔다”고 회상했다.
여단 군기사기안전담당으로서 여단장 주관 호국보훈단체 초청·위문행사 등을 추진하며 업무 중요성도 되새겼다. 김 군무주무관은 “6·25전쟁 참전 유공자들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들으며 업무의 무게감을 몸소 느끼고 책임감 있게 하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주위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에 업무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여단장과 예하 부대 지휘관들이 시료채취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다른 교육훈련과 같은 수준으로 관심을 가져준 것도 큰 힘이 됐다.
국방부가 올해 유해발굴 25주년을 기념해 ‘당신도(YOU), 당신의 지인도 유(遺)가족일 수 있다’는 뜻의 ‘유유 캠페인’ 홍보자료를 다양한 형태로 제작·배포해 행정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는 “카드뉴스는 시료채취 업무를 처음 하는 사람도 한 번 보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쇼츠 영상을 지루하지 않게 짧은 시간 시청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만들어졌다”며 “유유 캠페인 자료를 활용해 쉽게 교육하고 여단 장병들도 빠르게 이해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
‘호국영웅 찾는 영웅’ 최우수부대 선정 기여
김 군무주무관의 노력은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 전반기에만 16명의 유가족 DNA를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누구보다 그의 역할이 컸다.
김 군무주무관의 진심이 여단 장병들에게도 전해진 것일까. 여단은 지난 3월 31일부터 5월 9일까지 경기 연천군 진명산 290고지에서 전개한 유해발굴작전에서 유해 17구, 유품 4187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모두의 노력은 여단이 국방부 선정 올해 전반기 ‘호국영웅을 찾는 영웅’ 최우수부대에 선정되는 쾌거로 이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단이 최우수부대에 선정되는 과정에서 김 군무주무관이 많은 기여를 했다”고 귀띔했다.
김 군무주무관은 “저의 작은 노력에 여단 전 장병들의 유해발굴과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해준 군단 유해발굴팀의 땀방울이 더해져 거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국민의 관심, 더 많은 영웅 귀환 촉매제”
김 군무주무관은 얼마 전 여단을 떠나며 더 이상 DNA 시료채취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시료채취가 6·25전쟁 전사자 유가족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사적 소명이자,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발굴된 전사자 유해가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들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우는 그분의 이름을 되찾아 가족 품에 안겨드리는 일임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6·25전쟁 유가족은 물론 국민의 시료채취, 나아가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관심과 참여가 더 많은 영웅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과 신원확인 사업은 대한민국의 양심이자 우리 모두의 약속입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준 이들에게 드리는 최고의 감사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