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을 넘어선 전우애

입력 2025. 10. 27   13:47
업데이트 2025. 10. 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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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중사 육군훈련소 30교육연대
김영필 중사 육군훈련소 30교육연대



육군훈련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이 군인으로 거듭나는 첫 관문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훈련병들이 한데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도전과 감동으로 가득하다. 이번 기수에는 기억에 남는 특별한 훈련병들이 있었다. 

25세인 그들은 태어나 줄곧 필리핀에서 지내다가 입대한 청년이었다. 오랜 해외 생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훈련의 이해와 진행은 물론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예상돼 교육훈련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관·조교 모두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런 걱정은 어렵지 않게 해소됐다. 같은 소대에 7년간 필리핀에서 유학 생활을 한 훈련병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통역 임무를 부여했다. 이는 부대 차원에서도 중요한 기회였다. ‘군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곳’이란 가르침을 실제로 체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리라고 기대돼서다.

세 사람의 훈련은 쉽지 않았다. 제식훈련에선 발맞추기 하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화기 조작이나 전투부상자처치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훈련에서는 용어와 절차상 이해가 필수적이었다. 화생방훈련에선 두려움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정확하게 절차를 이행하고, 수류탄 투척과 각개전투 시엔 고도의 집중력뿐만 아니라 지휘관의 지시를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야 했다. 행군 때는 체력적 한계와 정신적 피로가 겹쳐 언어장벽 이상의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세 훈련병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통역을 맡은 훈련병은 통역 임무로 인해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자신의 훈련을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동료들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두 훈련병 역시 언어의 한계를 핑계 삼지 않고 때로는 몸짓으로, 때로는 반복학습으로 끈기 있게 도전했다. 소대원들도 자연스레 하나가 됐다.

세 훈련병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동료들과 함께 당당히 수료식의 대열에 설 수 있었다. 그들은 한국어를 못 하는 청년들이 모든 신병 교육훈련과정을 완주했다는 사실을 넘어 어떤 차이와 장벽도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 줬다. 이는 훈련병들에겐 자신감을, 부대원들에게는 소속감과 협력의 가치를 일깨워 줬다. 나아가 군대가 지향하는 ‘하나 된 대한민국 육군’의 정신을 보여 주는 생생한 사례가 됐다.

이번 기수를 통해 다시금 확신하게 됐다. 육군훈련소에서의 5주는 짧지만 그 안에서 청년들은 언어와 문화, 환경 차이를 넘어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하나가 된다. 진정한 전우애란 같은 언어로 말하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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