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무사,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해제에도 민간인 응급진료 지속
한시적 비상진료체계 종료됐지만
건강 수호자 실천 위해 봉사 유지 결정
공공의료기관·민간병원 파견 진료도
임상 통해 쌓은 실력 국민에 되돌릴 것
# “군의관 선생님처럼 저도 누군가를 꼭 도울 거예요.” 국군수도병원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 내려간 한 어린이의 손편지가 도착했다. 아홉 살 어린이가 실명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치료해준 군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아버지는 지난해 3월 공사 현장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눈에 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료대란으로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수도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아 실명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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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원은 군인과 군무원을 위한 의료시설이지만, 지난해 2월부터 응급진료에 한해 민간인 진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당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의 집단 사직 이후 발령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지난 20일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가동됐던 비상진료체계도 종료됐다. 군 병원의 민간인 진료는 예외적으로 허용된 만큼, 위기경보 해제에 따라 중단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된 이후에도 군 병원의 민간인 응급진료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국군의무사령부(의무사)가 26일 “예하 9개 군 병원(국군수도·대전·고양·양주·포천·춘천·홍천·강릉·서울지구병원)에서 민간인 응급환자 진료를 지속하며, 국민과 군이 신뢰하는 건강 수호자로 함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서 많은 민간인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봉사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인데 이는 단순한 단기 의료지원이 아니라 ‘국민을 지킨다’는 군의 사명을 계속해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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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증진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
군 의료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목적도 있다. 군 병원은 주로 20~30대 젊은 장병을 진료하다 보니 중증외상 분야의 경험 축적이 어려웠다. 하지만 민간인 환자 치료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의료진이 임상 능력과 실전 감각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은성 국방부 보건복지관은 “의료진의 전문성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많이 경험하는 것”이라며 “최근 수도병원 외상센터를 중심으로 군 병원이 중증외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는데, 이는 군 병원을 믿고 찾아준 국민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 병원은 수익과 무관하게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민간병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자긍심을 갖고 헌신하는 의료진이 앞으로도 실력을 갈고닦아 국민에게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20개월간 민간인 4865명 진료
군 병원이 1년8개월 동안 진료한 민간인은 총 4865명(지난 20일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수도병원은 2265명, 대전병원은 667명, 고양병원은 519명, 양주병원은 312명을 진료했다.
군 병원을 찾은 민간인 환자들은 교통사고, 추락, 폭발, 화상, 발열 등 다양한 응급상황에서 후송돼 치료받았다. 90대 어르신부터 한 살이 채 안된 영아까지 연령층도 폭넓었다. 단순 응급진료를 넘어 의료진 판단에 따른 입원·수술·외래진료도 이뤄졌다.
특히 309명의 민간인이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응급진료 후 입원한 환자도 678명에 이른다. 외상소생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살려낸 사례도 적지 않다.
군은 민간병원 지원에도 나섰다. 군 의료진이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기관과 주요 민간병원에 파견돼 진료, 수술, 보조 임무를 수행했다.
군 의무후송헬기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전국 어디든 날아갔다. 지난 3월 인천 군사제한구역 내의 소방헬기가 출동할 수 없던 긴급상황에서도 군 헬기가 출동해 환자를 이송했다. 위기경보가 해제된 지난 20일에도 군 후송헬기는 민간인 뇌졸중 환자를 신속히 이송했다.
이상호(육군준장) 의무사령관은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 아래 군 의료진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과 군 모두에게 신뢰받는 의무사, 군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김해령/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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