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말도 밤말도 전파를 타고… 너의 속셈이 들려!

입력 2025. 10. 26   09:57
업데이트 2025. 10. 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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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 - 정보 수집의 핵심 수단, 감청

 

美, 2018년 北에 장비 설치하려다 실패
1968년 푸에블로호 북에 나포되기도
외교·안보 목적 정보전 중요성 보여줘
각국, 수사·국가안보 목적 합법적 감청
우리나라는 통신사 협조 강제할 수 없어
홈그라운드서도 외국 스파이 감청못해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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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특수부대, 김정은 감청 위해 북한 침투

지난달 5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6팀(SEAL TEAM 6)’이 2019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신을 감청하기 위한 장비 설치 목적으로 북한 동해안 지역에 침투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핵추진 잠수함, 침투용 특수잠수정(SDV)과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던 최강 부대가 동원됐음에도 예기치 않은 북한 어선의 출현으로 어부들을 살해하고 작전 중단 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어 새로 개발된 감청장비를 해안에서 가까운 목표지점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것. 철저한 통제사회인 북한 내부에 인간 스파이를 운용하기 어려운 미국으로선 직접 침투작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8명의 대원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북한 인근 수역에 다다른 뒤 범고래 크기의 소형 잠수정 2척에 나눠 타고 해안에서 90m 지점까지 접근한 다음 수영으로 상륙했다. 하지만 수개월간 심야시간대 분석에서 한 번도 없었던 북한 어선이 뜻하지 않게 출현해 자신들이 타고 온 잠수정에서 새어 나온 빛을 보고 플래시를 비추며 접근하자 해안에 있던 대원들이 이들을 사살했다. 대원들은 어선에 승선해 어부들의 사망을 확인하고 어선과 시신을 수장한 다음 매뉴얼에 따라 작전을 중단하고 철수했다고 한다.

NYT는 작전 실패의 원인을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2척의 잠수정 중 하나가 해안 인근 정박지점을 지나친 후 유턴해 돌아오는 바람에 다른 한 척과 방향이 반대로 위치하게 되자 일단 대원들을 내려 주고 문을 열어 둔 채(SDV는 실내에도 물이 차는 형태다) 방향을 선회하며 와류가 생겼고, 불빛이 새어 나가 어부들의 시선을 끌었다는 점이다. 둘째, 어부들이 물에 젖은 잠수복을 입고 있어 열 감지장치가 설치된 대원들의 야간투시경에 보이지 않아 초기 발견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셋째, 대부분의 작전에선 드론을 띄워 목표지점 상황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경계가 엄중한 지역이어서 드론 사용이 불가능해 시간이 지연되고 화질이 떨어지는 위성사진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 작전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조사와 함께 의회 소수 인원에게 보고됐지만, 여전히 비밀로 유지돼 왔다고 한다. 미국 내 합법성이나 국제정치적 파장과 별개로 절박한 미국의 북한 정보 수집 필요성을 보여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 감청, 정보 수집의 핵심 수단


NYT는 작전에 관해 알고 있는 20여 명의 정부 관료와 군인을 심층 취재했다고 하지만, 증거가 제시된 것은 아니어서 아직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용의 구체성과 타당성, 매체 성향과 전문성으로 봤을 때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도 직후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 여부를 질문했으나 그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작전의 민감성과 당시 외교·안보 상황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의 재가 없이 작전이 이뤄질 순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작전이 노출된다면 진행 중이던 북·미 교섭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인질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한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북한의 핵심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최고의 소스가 될 수 있어 정보기관으로선 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NYT의 보도처럼 이미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도 특수잠수정을 이용한 북한 해안 침투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면 더욱더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봤을 것이다.

미국은 1968년 1월에도 정보 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북한 인근 해역에 보내 신호정보를 수집하다가 나포된 적이 있다. 승무원 1명이 사망했고 82명은 1년 가까이 억류돼 있다가 석방됐다. 하지만 배는 아직도 북한에 전시돼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1969년 4월에는 동해상에서 신호정보를 수집하던 미 해군 EC-121 정찰기가 북한 미그 21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돼 승무원 31명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정보 수집의 핵심 수단으로 상대국 통신을 감청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중반에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동서베를린 국경 밑에 450m 터널을 뚫어 동독 주둔 소련군의 통신을 감청하는 ‘골드작전’을 펼쳤다. 이 작전은 MI6 요원으로 이미 소련에 포섭돼 이중스파이로 활동하던 조지 블레이크에 의해 노출되는 바람에 1년도 못 가 중단됐지만, 정보 수집에서 감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준 사건이었다.

미국은 또 ‘아이비벨작전’이란 이름으로 1971년 오호츠크해 수심 120m에 있는 해저 케이블에 장비를 설치해 10년 동안이나 소련 해군의 통신을 감청했다. CIA와 신호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NSA), 미 해군의 합동작전에는 잠수함과 특수요원이 동원됐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던 이 작전도 전직 NSA 요원 로널드 펠턴이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에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에 종료됐다.

현재도 각국 정보기관은 통신사 협조, 글로벌 통신 플랫폼 활용, 무선구간 정보 탈취 등을 통해 감청을 핵심적인 정보 수집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정보전에 합당한 무기 지원해야


정보 수집 수단은 사람인 스파이(HUMINT)와 기술적 수단(TECHINT)으로 대별할 수 있다. 기술을 활용한 방법은 신호정보(SIGINT), 영상정보(IMINT), 계측정보(MASINT) 등 분야별로 다양하다. 신호정보 중에서도 통신 감청은 신뢰도가 높고 구체적이며 실시간 수집이 가능해 상대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번 개척에 성공하면 장시간 효율적으로 활용이 가능해 첩보 수집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모든 국가는 범죄 수사와 국가안보 목적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감청을 한다. 특히 강대국은 첨단 기술과 글로벌 통신 플랫폼을 활용해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인사들을 감청하기도 한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 NSA가 전 세계를 감청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번에 밝혀진 것처럼 필요하다면 적국에 침투해서라도 장비를 설치해 감청을 시도하기도 하며,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작전 수행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반면 우리는 관련 법 미비로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조차 외국 스파이들의 휴대전화 감청을 못 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휴대전화 감청을 위해선 통신사가 지원해 줘야 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이 감청을 허용하면서도 통신사 협조를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감청은 마약, 테러 등 강력범죄 수사에도 필수적이다. 국제사회가 신냉전으로 접어들며 정보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정보활동과 방첩에 관한 제도 정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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