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힘은 강한 상비전력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전시에 군부대의 확장과 전쟁 지속력을 보장하는 핵심은 예비전력이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전쟁 양상의 변화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양적 동원방식만으론 안보를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예비전력이 단순한 ‘숫자 채우기용 병력 개념’으로 남아 있다면 유사시 국가 안보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게 자명하다. 가능한 인원뿐만 아니라 첨단 무기 운용과 현대전 양상에 적응하고 즉각 전투 가능한 정예 전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현재 국방부에선 예비전력 정예화 핵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부대 편성 시 부대 유형별(상비·동원·지역방위부대)로 상비군과 예비군의 효율적 배합방법 적용을 검토 중이다. 내년부터 일부 현역과 예비군으로 구성된 부대를 시범운영하면서 부대 유형별 현역과 예비군의 최적 비율을 찾아갈 것이다.
둘째, 동원사단뿐만 아니라 동원보충대대의 무기체계 전력화, 기존 장비·물자를 상비사단 수준으로 보강하는 것이 필수다. 항온·항습시설, 미세전류장치가 구비된 과학화된 통합저장시설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셋째, 예비군이 상비군 수준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장을 과학화하고 예비군부대의 건제유지훈련이 가능하도록 훈련체계도 보완하며 예비군의 훈련비를 현실화하는 등 동기부여책도 강구해 나갈 것이다.
다음은 상비예비군 제도의 확대 필요성이다. 상비예비군은 예비군 중에서 평시에 부대로 소집해 연 15일에서 30일 정도 추가 훈련하는 예비군이다. 현재 동원사단 등 동원 위주부대에서 운용 중이고 단기 상비예비군 위주로 충원할 계획이다. 이들을 관리할 핵심 요원으로 연 180일까지 추가 훈련·복무하는 장기 상비예비군을 소수 운용하고 있다.
현재 예비군은 훈련 간격이 길고 동원 이후 전력 발휘 수준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전시 초기 대응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전쟁의 승패는 발발 직후 며칠 안에 결정되므로 전장에 즉각 투입 가능한 예비전력 확보는 필수과제다. 상비예비군은 전역 직후 일정 기간 현역 수준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고 항상 준비돼 있어 곧바로 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예비전력이다.
특히 드론, 정밀유도무기, 사이버전 장비와 같은 첨단 무기는 일정한 숙련도와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상비예비군은 전시 초기 우리 군의 전력 공백을 보완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비전력 정예화와 상비예비군 제도의 확대는 사회와 군 모두에 이익이 된다. 전역 후 사회로 복귀한 인력이 일정 기간 상비예비군으로 복무한다면 현역에서 배운 전문성을 군에 환류시킬 수 있고 사회는 숙련된 인력을 보유할 수 있다. 또한 전시 국가 생존을 지탱할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래 안보환경은 불확실하고 위협은 증대될 것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도발, 주변 강대국의 군사력 경쟁, 비대칭 군사력의 위협은 어느 순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병력자원은 줄고 위협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비전력 정예화와 상비예비군 제도의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부와 군은 과감한 제도적 결단과 예산의 집중투자로 예비전력의 질적 증강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 안보는 준비된 힘에 의해서만 보장된다. 그 힘의 중요한 축이 바로 예비전력이다. 정예화된 예비전력과 상비예비군은 국가 생존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다. 예비전력의 혁신적 변화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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