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전시회(서울 ADEX 2025)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드론, 로봇을 비롯한 첨단 기술과 전력이 눈길을 끈다. 보다 첨단화되고 미래 지향적인 군으로 변화해 가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소망이다.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면 그만큼 낡은 것을 내려놓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낡은 제도, 즉 ‘구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상징적 사례로 5분 대기조를 떠올려 본다. 과연 5분 대기조는 클래식한 전통일까, 시대에 뒤처진 구식 제도일까. 클래식은 “오래됐지만 훌륭하고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것”, 구식은 “오래돼 시대에 맞지 않고 뒤떨어진 것”을 뜻한다.
19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까지 침투한 사건은 국가 안보에 큰 충격을 줬다. 이를 계기로 군은 돌발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부대 단위의 5분 기동타격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로선 절박한 안보환경 속에서 불가피하고도 타당한 조치였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안보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의 위협은 무장공비 침투가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 무인기, 사이버 공격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육군의 대대급 이하 부대에선 여전히 5분 대기조 체제가 관성적으로 유지된다.
지난 수십 년간 실제 출동이나 의미 있는 작전 수행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지만, 제도는 여전히 작동 중이다. 상급부대는 형식적인 점검을 이어가고, 현장에선 초급장교들이 주기적으로 대기조 임무를 이행한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일주일 동안 부대 내에서 대기하며 실효성 낮은 점검과 훈련을 반복한다. 형식적임을 알고 있지만 제도가 있으니 따를 수밖에 없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초급간부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업무는 줄지 않아 남은 간부들의 부담은 커지고, 이로 인한 피로와 소모가 누적된다. 이러한 구조는 군 복무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작은 제도 차원을 넘어 우리 군의 제도 운용방식과 조직문화의 단면을 보여 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본질보다 형식이, 효율보다 관행이 앞서는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오래된 제도의 효용성 문제를 검토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변화 대응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구식 제도를 답습하는 낡은 군대의 오명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5분 대기조의 운영 목적과 효용을 재검토하려는 논의는 이미 여러 현장에서 제기돼 왔다. 실효성이 낮다면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신속대응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단 헌병대대에 기동성과 감시 능력을 갖춘 신속대응부대를 운영하고 오토바이, 소형 차량, 드론 등을 활용한다면 돌발상황에 보다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체계는 단순히 대기인력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적인 작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군 조직은 변하지 않는 본질을 지키되 변화하는 환경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제의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낡은 관행의 반복만 남게 된다. 따라서 5분 대기조 제도의 재검토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우리 군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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