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보다 ‘올바른 사람’ 확보해야 이긴다

입력 2025. 10. 22   16:37
업데이트 2025. 10. 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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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
마이크 새럴라이, 조지 랜들 『인재 전쟁: 어떻게 특수부대와 위대한 조직은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는가』
Mike Sarraille & George Randle. 2020. 『The Talent War: How Special Operations and Great Organizations Win on Talent』. Lioncrest Publishing. pp. 294.

병력 확보 어려운 인구절벽 시대 맞아
네이비실 경험 바탕 근본적 문제제기
‘전략 자산 획득·유지’ 인식 전환 강조
추진력·겸손·감정적 강인함 등
기술보다 중요한 9가지 성격 속성
인재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인구절벽 시대에 우리 군의 가장 심각한 과제는 병력 확보다. 초급간부 충원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임관시키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일이 됐다. 그러나 과연 정원만 채운다면 문제없는 것일까? 지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오늘 소개할 책 제목처럼 ‘인재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략 자산으로 인재 

이 책은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 경험을 중심으로 인재 획득·유지의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제기는 ‘인재 우위(talent advantage)’가 전쟁에서의 승리와 기업 성공을 보장하는 전략적 요소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인재를 규정하는 핵심적 요소는 기술(skill)이나 경험(career)이 아니라 성격(character)과 태도(attitude)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래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사람을 뽑는다’란 수준을 넘어 ‘인재 확보 전쟁에서 이긴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병력 충원은 적정 자격을 갖춘 사람을 채용한다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는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자들은 이를 ‘인재 중심 사고방식(Talent mindset)’으로 개념화한다. 미군에서 강조하는 ‘피플 퍼스트(People First)’란 구호도 이러한 사고를 반영한다. 조직에서 인재는 단순히 자원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그리고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인적자원(HR)’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사람을 대체 가능한 소모품(자원)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재 획득은 단순히 충원 개념이 아니라 전략 자산의 획득과 유지라는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 최고지휘관이나 조직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챙겨야 할 사안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마셜 미 육군 참모총장은 자신의 역할을 “주어진 직무를 잘 수행할 올바른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s)의 ‘지옥주(Hell Week)’ 훈련 모습. 지옥주 훈련은 정신과 육체를 한계로 몰아넣을 정도로 혹독하다. 그러나 이런 훈련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팀워크’다. 극한 상황에 처할 때 생존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출처=미 해군 홈페이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s)의 ‘지옥주(Hell Week)’ 훈련 모습. 지옥주 훈련은 정신과 육체를 한계로 몰아넣을 정도로 혹독하다. 그러나 이런 훈련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팀워크’다. 극한 상황에 처할 때 생존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출처=미 해군 홈페이지



인재의 9가지 성격 속성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인재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기존의 기술과 경력, 즉 스펙 중심의 채용 관행을 비판한다. 그런 것으로는 실제 잠재력을 알 수 없고, 특히 군과 같은 고도의 압박 상황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조직 인재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기술이나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성격과 태도라 강조한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성격적 요소가 중요하다. 기술은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지만 성격은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인재를 구성하는 성격 속성 아홉 가지를 들고 있다. 네이비실의 경험과 수십 년간의 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 추진력: 내적 동기 혹은 사명감에서 추동되는 힘. 
○ 회복력: 실패나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학습하고 회복하는 심리적 강인함. 
○ 적응력: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사고하고 적응하는 능력. 
○ 겸손: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배울 준비가 돼 있는 자세. 
○ 정직성: 감시나 보상이 없어도 올바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도덕적 일관성. 
○ 효과적 지능: 상황에 맞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적 민첩성. 
○ 팀 능력: 개인 성과보다 팀의 성공을 우선하며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임무 수행. 
○ 호기심: 환경과 상황에 대한 지속적 탐구심, 자발적 학습 능력. 
○ 감정적 강인함: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판단력 보존. 

이러한 속성은 단독이 아닌 상호작용하며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요소가 동일한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 따라 더 중요한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조직은 먼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 없이 조직에 맞는 인재를 뽑을 수 없다. 우수한 성과를 낸 내부 인재들을 역추적하면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이 성장하는 조직 

성공적인 조직은 필요한 인재가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조직이 먼저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채용 공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 리더십, 성장 기회에 대판 평판이 훨씬 더 중요하다. 특히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때 인재들이 모여든다. 성장 기회의 제공은 역량 개발과 함께 간다. 조직은 인재 육성 로드맵을 설계하고 역량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인재 획득 자체보다 육성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성장 기대와 인재 육성이 인재 획득의 선순환 구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채용과 해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사람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지속성의 핵심이다. 인재 중심의 사고방식, 성격과 태도 중심의 선발, 성장 기회 제공과 지속적인 역량 개발이 선순환 과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전략적 인재 관리 흐름’이라고 명명한다. 일회적인 충원이 아니라 총체적 차원에서 인재를 획득하고 관리하며 육성하는 일련의 전략적 흐름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초급간부 지원율이 폭락하고, 이탈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군 현실에 대한 반면교사가 된다. 지금까지 그들을 인재로 대우하기보다 일종의 단기 소모품으로 운용해 왔던 것이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양병을 책임진 군 지휘부의 관심과 노력도 충분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단순히 충원율을 끌어올리는 수준의 발상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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