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에는 안 보여도 드론은 아는 시대 도래

입력 2025. 10. 21   15:17
업데이트 2025. 10. 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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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다중 센서 융합이 만드는 완벽한 상황 인식

올 6월 이란 테헤란에 자폭 드론 공격
이스라엘이 반입한 ‘미니 하피’ 추정
여러 가지 센서 결합된 지능형 플랫폼
각기 수집한 데이터를 A I가 분석 판단
단순 정찰 넘어 ‘의사 결정자’ 역할 수행
적 ‘기만 표적’ 구별하는 능력까지 발전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이 개발한 드론 ‘미니 하피’가 표적을 공격하고 있다. 출처=IAI 홈페이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이 개발한 드론 ‘미니 하피’가 표적을 공격하고 있다. 출처=IAI 홈페이지



2025년 6월 13일, 이란 테헤란 근처.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 차량을 향해 서서히 접근하는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드론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에는 방공 미사일 차량이 점점 크게 보이더니 순간 화면이 하얗게 번쩍였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특수부대를 보내 이란 수도 테헤란 근처에 드론 기지를 세우고 정밀 유도무기를 몰래 반입한 결과였다.

이스라엘 중심에서 이란 중심까지는 무려 1786㎞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직접 드론을 날려 보낼 경우 이란 방공망에 탐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지에 은밀히 반입한 자폭 드론을 사용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전술차량과 함께 ‘삼중 시커’를 장착한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미니 하피(Mini Harpy)를 반입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니하피는 주야간 전자광학 센서에 증강현실(AR) 센서까지 결합한 45㎏짜리 소형 드론으로 악천후에도 표적을 추적하고 탐지하며 공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작전을 넘어 전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드론이 단일 센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복수의 센서를 융합하고 인공지능(AI)으로 판단해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본격 도래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2020년대 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드론은 단순한 카메라 탑재 장비에서 열 영상, 전자기파 탐지, 고해상도 광학 센서가 복합 결합된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2024년 한 해에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100만여 대의 드론이 투입되는 ‘드론 전쟁’의 새로운 차원을 연 것은 이런 기술 진보의 결과였다. 

드론이 단순 촬영 장비에서 전장의 ‘눈’이자 ‘두뇌’로 탈바꿈한 중심에는 다중 센서 융합 기술이 있다. 전자광학(EO), 적외선(IR), 레이다(Radar), 라이다(Lidar), 합성개구 레이다(SAR), 음향 센서까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센서들이 하나의 드론 플랫폼에 탑재된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AI 기반 시스템이 통합 분석함으로써 복잡한 전장 환경 속에서 실시간으로 ‘무엇이 진짜 위협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센서 융합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정보의 통합’에 있다. 예컨대 안개나 연기 속에서는 광학 센서가 무력화되지만, 열감지 센서나 밀리미터파 레이다는 여전히 표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센서마다 강점과 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융합하면 날씨와 환경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정확한 탐지가 가능해진다. AI는 각각의 센서로부터 입력되는 데이터를 시간·공간상으로 정렬하고 분석해 인간보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드론은 안다’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에 휩싸인 이란 테헤란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에 휩싸인 이란 테헤란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런 기술은 이미 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MQ-9 리퍼는 EO/IR 센서와 SAR을 조합해 정지 표적과 기동하는 차량을 식별할 수 있다. 주야간 전자광학 시커를 장착해 표적을 탐지, 식별한 다음 고정식과 이동식 표적을 어떠한 각도에서든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보강되고 있다. 우리가 개발 중인 정찰 드론도 다중 스펙트럼 영상 센서를 장착해 해상도를 높이고 주야간 감시를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다중 센서 융합은 단순 정찰을 넘어 드론의 전장 내 ‘의사결정자’로의 역할을 가능케 한다. 전통적인 무기체계는 탐지-식별-결정-공격 단계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 대응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다중 센서를 탑재한 드론은 이 모든 과정을 단일 플랫폼에서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드론이 하나의 센서 노드이자 전장 내 지능적 공격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시스템은 기존 감시체계의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보완한다. 도심, 산악, 터널 등 복잡한 환경에서 레이다와 위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다중 센서 드론은 열과 음향, 전자파 신호를 동시에 감지해 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만 표적’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적이 사용하는 전자적 기만, 열 신호 위장, 스텔스 코팅 등은 단일 센서로는 구별이 어렵다. 하지만 다중 센서 분석과 AI 학습 모델이 결합되면 허위 신호를 걸러내고 진짜 위협만을 선별할 수 있다. 현대전에서 넘쳐나는 정보와 기만전술에 대응하는 핵심 무기인 셈이다.

드론의 학습 능력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머신 러닝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한다. 레이다가 포착한 금속 반응이 실제 차량인지 폐철 더미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 열 영상과 음향 센서 정보가 결합되면 훨씬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이처럼 융합형 인지 구조는 드론의 자율성과 판단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이 기술은 군사 분야를 넘어 민간에서도 활용된다. 산불 조기 감지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열 영상 센서가 고온 지점을 감지하고 광학 카메라가 연기 상태를 분석하면 AI가 이를 종합해 위험 수준을 판단한다.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용 중인 시스템들이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중량 증가, 전력 소모, 데이터 처리량 증대가 주요 걸림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경량 센서 개발, 온보드 AI 칩을 통한 현장 처리,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 함께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드론용 AI 프로세서 개발과 센서 모듈 국산화에 힘쓰고 있다.

우리 방산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I 기반 실시간 융합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시범 운용을 진행 중이다. 민간 기업과 협력해 초소형 센서, 영상 분석 모듈 등의 국산화도 활발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추종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토대 구축으로 평가된다.

다중 센서 융합 기술은 미래 드론 작전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센서 간 보완과 AI 통합 분석, 신속한 네트워크 연결이 결합된 시스템은 정보 수집을 넘어 상황 인식과 실시간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드론이 단순한 정보 수집 도구에서 자율적 판단이 가능한 전장 지휘체계로 진화하는 흐름을 상징하며, 정보 우위를 선점하는 국가만이 미래 전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명확한 사실을 보여준다.

정보를 얻었다면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 지상 위를 자율적으로 기동하는 무인 드론은 어떤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할까? 다음 회에서는 드론이 주도하는 지상 전술의 변화를 추적한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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