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방법론을 통한 전투조직의 소혜

입력 2025. 10. 20   15:04
업데이트 2025. 10. 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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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대위 육군3사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
고승범 대위 육군3사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

 


현대 군사작전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실시간 판단과 즉각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이 같은 현실에서 톱다운(Top-down) 방식의 지휘를 통해서는 유연한 대응이 제한된다.

소프트웨어(SW) 개발 방법론에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SW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애자일(agile)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애자일 방법론은 네 가지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첫째 개인과 상호작용 중시, 둘째 계획된 문서보다 실제 동작하는 SW 우선, 셋째 변화에 유연한 대응, 넷째 고객과 상호작용이다. 이러한 가치 아래 신속한 피드백과 반복적인 개선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여기에 12가지 상세 운영 원칙이 있는데 ①고객 만족을 위한 지속적인 가치 제공 ②요구사항 변경을 언제든 수용하는 유연성 ③동작하는 SW의 제공 ④개발자와 사용자 간 밀접한 협업 ⑤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팀 구성 ⑥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중시 ⑦기술적 우수성과 좋은 설계의 지속적 추구 ⑧단순함의 극대화 ⑨지속 가능한 개발 속도 유지 ⑩자기 조직화된 팀의 효율성 강조 ⑪정기적으로 팀 역량을 되돌아보며 최적화하는 회고 문화 ⑫변화에 대한 수용과 적응이 있다. 본질적으로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해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고자 한다.

군도 이와 같은 애자일 방법론이 추구하는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형화된 계획만을 따르기보다 현장 지휘관의 실시간 판단과 상황 인식, 유기적인 전투원 간 협업, 명확한 임무 기반의 목표 지향성이 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질적 전투 지휘관은 단순 명령 전달자가 아니라 하나의 전투라는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촉진자로 지휘관은 작전 목적을 명확히 하고 병력과 장비를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배치하며, 변화하는 전투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휘관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 평시부터 자율성과 책임감을 기르는 교육훈련이 병행돼야 한다. 반복적인 전투 시나리오를 탈피하고 전장 환경과 모사해 문제 해결식의 훈련이 요구된다.

이는 임무형 전투지휘와 유사하나 현재 실무에서는 이러한 임무 수행이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생도 및 후보생 시절부터 자체지휘근무 체계와 군사학에서 이러한 애자일 방법론에 근거한 임무 수행을 반복 숙달해야 초급간부들의 역량이 능동적인 측면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를 현실적으로 수행해 전투 중심의 군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격, 체력단련, 주특기 숙달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확고히 해야 한다. 이외의 행정이나 보고사항은 혁신적으로 줄여야 한다. 지휘관은 전투에 전념하고, 비본질적인 작업·행정 소요는 비전투원이 분담하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다. 지휘관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만큼 전투 중심의 자율적 환경을 보장, 시스템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국방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인 국민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충족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방을 든든히 지키는 군대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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