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나치 포로수용소… 그 속에서 벌어진 모순의 기억들

입력 2025. 10. 15   16:40
업데이트 2025. 10. 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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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벤 매킨타이어 지음 /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벤 매킨타이어 지음 /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콜디츠는 독일 작센주에 있는 중세 고딕양식의 성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가장 골치 아픈 포로들을 가두는 ‘특별한’ 수용소로 활용했다.

콜디츠는 단순한 포로수용소가 아니었다. 이곳에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고, 독일 경비병들 역시 그 공동체의 일부였다. 이로 인해 수용소 내부는 계급과 신분, 정치적 성향, 민족적 갈등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소가 됐다. 다른 수용소가 비인간적 운영으로 악명을 떨친 것과 달리 콜디츠는 군인의 자부심을 내세우며 제네바협약을 준수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감옥이었기 때문에 잠재된 어둠이 늘 표면 아래에서 꿈틀거렸다.

포로들은 연극을 공연하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가르쳐 줬으며, 때로는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밀주를 제조하며 활력을 얻으려 했다. 독일 경비병을 곤경에 빠뜨리는 유치한 장난인 ‘얼간이 괴롭히기’와 은밀하게 숨긴 라디오를 통해 BBC 방송을 청취하며 외부 상황을 파악한 행위는 일종의 저항이었다. 콜디츠 내부는 전쟁 전 유럽 사회의 축소판이었기에, 그 속성과 모순 역시 고스란히 재현됐다. 하급 병사에게는 탈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만큼 사회적 구분선이 존재했다. 허드렛일을 담당하며 장교 포로들의 하인으로 일하는 당번병이 있을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콜디츠의 독일 경비대는 200명 규모로 처음에는 포로보다 수적으로 우세했으나 포로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다양한 국적이 한곳에 수용되면서 이들을 엄격하게 격리해 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책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이들의 행동을 세세하게 살펴봄으로써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은 인간의 숨겨진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한다.

“콜디츠성은 무시무시한 감옥이었으나 부조리할 때가 많았고, 고통의 장소였으나 고급스러운 희극이 벌어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중략)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이 만들어진 극적이고 힘겨운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라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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