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 ‘10대 트렌드 상품’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
계절템·러닝 등 ‘환경·건강’
꾸미기템 같은 ‘소비 취향’ 상품 선정
시대 변화에 바로 적응할 수 있고
미래 위험 관리 위한 모습도 엿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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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가 지나고 나니 찬바람이 불며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2025년도 10주 남짓 남은 시점이다. 매일 전 세계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를 살다 보니 올해 초에 일어난 일도 까마득한 과거의 일로 느껴지고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시장의 큰 흐름을 꼽기 쉽지 않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서는 나중에 그 해를 돌아봤을 때 어떤 해였는지 기억할 수 있도록 매년 트렌드 상품을 선정하고 있다. 일명 ‘10대 트렌드 상품’이다.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명을 소개할 목적이 아니기에 이하 상품군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신기술과 관련된 10대 상품이다. 챗GPT, 제미나이(Gemini) 등의 ‘인공지능(AI)’, 그리고 ‘가상 아이돌’이 선정됐다. 많은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 지브리스튜디오 스타일로 바뀐 것이 올해 3월이었다. 뉴스로만 AI 소식을 접하던 사람들까지도 직접 AI를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2024년에 비해 빠르게 생성형 AI 성능이 개선되면서 업무에 활용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가상 아이돌 또한 소수 취향에서 대중문화로 발돋움한 한 해였다. 대표적인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는 멜론에서 상반기 곡 재생횟수가 9억5000만 회 이상에 달하며 상반기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버추얼 그룹 최초로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을 받기도 했으며,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1만5000여 석을 꽉 채워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곡 역시 세계적으로 인기 음악 순위에 오르고, 팬 영상을 낳으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음은 거시적인 시장 환경 변화와 관련된 상품이 선정됐다. ‘K뷰티’와 ‘계절템’이다. 최근 K열풍이 불며 특히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강세다. 내국인 소비자들이 조사에서 10대 상품으로 꼽았을 만큼 시내에서 올리브영이나 피부과·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특정 계절을 무사히 나기 위한 계절템도 필수가 됐다. 특히 변덕스러운 날씨에 유용한 ‘우양산’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 자료에 따르면 우양산 거래액이 56% 증가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패션 플랫폼인 29CM에서는 양산을 구매한 남성 고객 비중이 20%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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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관련된 10대 상품도 눈에 띈다. ‘저속노화 식단’과 ‘러닝’이다. ‘저속노화’라는 단어는 2023년부터 SNS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당시에는 마라탕과 탕후루로 대표되는 자극적 음식이 유행한 만큼 ‘가속노화’와 함께 필요성과 개념이 공감받는 수준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전 세대에서 직접 저속노화 식단을 실천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식품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편의점은 삼각김밥·도시락에도 ‘저속노화’ 버전을 만들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구내식당에서 매월 한 번씩 ‘슬로잇(eat)데이’를 지정해 저속노화 식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음식점 예약 앱 캐치테이블에서는 외식할 때도 저속노화 식단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저속노화 외식 가이드’를 오픈하기도 했다.
러닝도 ‘힙한’ 2030 트렌드에서 전 국민적 문화로 확산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스포츠 의류매장에서는 러닝 관련 의류와 용품만 모아놓은 ‘러닝존(zone)’을 필수처럼 갖추고 있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도 ‘러닝’ 탭을 신설할 정도가 됐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는 러닝의 인기로 인해 운동화뿐만 아니라 볼캡과 양말의 인기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치관 및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화되면서 자기 이해에 관한 관심도 높아진다. ‘가족갈등프로그램’과 ‘자가진단테스트’도 인기다. 최근 ‘이혼숙려캠프’ ‘이제 혼자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등 ‘이혼’을 키워드로 한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이혼이라는 주제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돼 왔으나 이를 솔직하게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시청자는 가족 내 사소한 갈등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에 비춰 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 자가진단테스트 중 2025년 인기를 끈 것은 ‘테토·에겐’ 테스트다. 과거의 ‘남성다움’ ‘여성스러움’이라는 이분법적 분류에서 벗어나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호르몬에 빗대어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이전과 달라진 성 역할이나 ‘추구미’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젊은 세대의 경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는 소비 취향과 관련된 10대 상품이다. ‘꾸미기 아이템’ 그리고 ‘야구구단 콜라보’ 상품이다.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꾸미기는 모든 소비 영역으로 확산했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팝마트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 키링 역시 처음에는 가방꾸미기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 이후에는 라부부 자체를 꾸미기 위한 각종 옷·액세서리 아이템이 등장해 틈새시장을 형성했다. 야구구단 콜라보는 유니폼·응원 굿즈를 넘어 각종 생활용품과 식품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이 한층 다양해졌다. 일부 캐릭터 콜라보 유니폼은 전날 밤부터 구매 대기 줄이 생길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매년 조금씩 변화하는 10대 상품을 보면 시장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2024년 10대 상품에는 ‘C커머스’ ‘저렴이 화장품’ ‘일본여행(초엔저현상)’ 등 저가·가성비형 소비가 뚜렷했다. 반면 2025년은 기술 활용, 기후위기 대응, 건강관리 등에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해 나가는 모습이 엿보인다. 2026년은 어떠한 상품이 사랑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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