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은 국군수도병원, 국군양주병원, 국군구리병원, 국군대전병원, 육군훈련소와 민간병원 등에서 약 1000시간의 임상 간호 실습을 이수한다. 필자는 지난 한 달 동안 생도들의 실습을 지도하며 그 의미를 다시금 깊이 되새겼다.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이 씨앗이라면 현장의 경험은 그 씨앗을 꽃피우는 토양과 햇살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교해도 환자를 돌보는 경험과 함께하지 못하면 현장에 닿지 못한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활력징후 측정은 단순한 기술과 절차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환자의 불안을 달래며 커프를 감는 순간, 그것은 비로소 따뜻한 돌봄이 된다. 
따라서 임상실습은 단순한 배움을 넘어선다. 생도들이 처음으로 환자를 만나 낯선 병동의 공기를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간호학’이 아닌 ‘간호’가 시작된다. 처음 실습에 나선 생도들의 얼굴에는 낯섦에서 비롯된 긴장이 어른거린다. 강의실에서 누구보다 자신 있게 대답하던 생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작은 성공과 따뜻한 격려가 쌓이며 생도들은 용기를 얻는다. 손끝은 점차 안정되고 목소리도 단단해지며, 학생은 간호인으로 거듭난다. 
한 생도는 처음 병동 생활을 안내하던 자리에서 환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속상해했다. 그러나 그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안내는 완벽하게 해냈다. 또 다른 생도는 수술실에서 환자의 회복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의료진 모습을 보고 감동했으며, 자신도 그런 의료인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확신했다. 지금 이 순간 돌봄과 배움이 함께 싹트고 있다는 것을. 
실습지도 교수로서 나는 종종 과거 임상 현장을 떠올린다. 긴박한 응급실과 긴장감이 흐르는 수술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돌발 상황은 교과서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줬다.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두려움을 이겨낸 순간들은 지금까지 나를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사단의무대와 병원에서 수행했던 코로나19 대응, 군 특수외상과 중증외상 환자 수술 등 다양한 임상 경험은 오늘의 나를 만든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금 내가 생도들에게 전하는 모든 이야기와 조언은 바로 그 현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군 간호교육에서 실습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군 간호의 현장은 단순히 병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쟁과 감염병, 재난 현장까지 뻗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상황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생도들은 병원 임상실습은 물론 재난·응급간호훈련, 전투외상간호훈련, 전투스트레스관리, 군간호즉응력강화훈련 등 다양한 훈련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순간들이 모여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정예 간호장교를 만든다. 
생도들의 임상실습은 교과과정의 단순한 학점 수업이 아니다. 지식이 환자 곁에서 숨결을 얻고, 경험이 쌓여 미래를 빚어내는 소중한 여정이다. 교과서 속 활자들이 병동에서 울리는 환자의 목소리와 맞닿을 때 배움은 비로소 실천되고 간호학은 간호가 된다. 그 여정을 묵묵히 밟아가고 있는 후배 간호장교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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