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찾는 영웅들] 시간 거슬러 흔적 찾는…가슴에 새긴 ‘헌신의 숨결’

입력 2025. 10. 10   15:40
업데이트 2025. 10.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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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찾는 영웅들 
육군55보병사단 이승욱(중사) 유해발굴팀장 


옥산고지·부랭이산 일대서
유해·유품 수습 성과 빛나
국방부 우수부대 선정 결실
준비부터 후속조치까지 담당 
유가족 DNA 시료 채취도 맡아
책임감이 임무 매진 원동력

육군55보병사단은 올해 전반기 국방부 선정 ‘호국영웅을 찾는 영웅’ 우수부대에 선정됐다. 사단 장병 80여 명과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3월 27일부터 한 달간 경기 양평군 서종면 옥산고지와 청운면 부랭이산 일대에서 유해발굴작전을 전개해 유해 5구와 유품 449점을 수습했다. 국방부 주관 ‘민·관·군 협업하 유가족 집중 찾기’에서는 선배 전우 유가족 유전자(DNA) 시료를 181건 채취, 연간 목표(20건) 대비 9배 이상의 성과도 거뒀다. 이승욱(중사) 사단 유해발굴팀장은 “팀원들은 물론 사단 전 장병이 마음을 모아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최한영 기자/사진 제공=김윤수 군무주무관

 

육군55보병사단 이승욱 유해발굴팀장이 지난달 3일 경기 양평군 충혼탑에서 열린 6·25전쟁 전사자 발굴 유해 영결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육군55보병사단 이승욱 유해발굴팀장이 지난달 3일 경기 양평군 충혼탑에서 열린 6·25전쟁 전사자 발굴 유해 영결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유해발굴 준비·실시·후속조치와 DNA 시료 채취 담당 


이 중사는 2021년 7월부터 사단 유해발굴팀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네 번의 유해발굴을 하는 동안 팀원들을 이끌고 준비·실시·후속조치 전반과 유가족 DNA 시료 채취까지 담당하고 있다.

유해발굴 준비만 해도 발굴지역 선정을 위한 전사 연구와 탐문·탐사, 발굴 예정지역 대상 토지 협조, 홍보 등으로 다양하다. 유해발굴 중에는 해당 지역에 상주하며 사단 장병과 국유단을 지원한다.

후속조치 중 하나로 전사자 유가족 DNA 시료 채취활동도 하고 있다. 유해발굴사업 시작을 알리고 호국영령을 추모하며 모든 참여자의 안전을 기원하는 개토식, 발굴 중 수습한 호국영웅의 안녕을 빌고 넋을 기리기 위한 영결식은 지방자치단체와 보훈단체, 지역주민이 함께해 행사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중사의 업무 영역은 더 넓어진다. 발굴지역 인근 마을회관이나 노인주간보호센터를 방문해 어르신들로부터 6·25전쟁 당시 구전으로 내려온 내용을 듣고, 발굴지역 토지주들에게 토지사용동의서를 받는가 하면 발굴이 끝난 뒤 원상복구를 하는 것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중사는 “발굴지역이 사유지이면 토지주분을 모두 찾아뵙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별도 보상이 없음에도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겠느냐’며 흔쾌히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부대 내에선 유해발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 준다. 부대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격려·응원도 큰 힘이 된다.

이 중사는 “외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남몰래 식사비를 결제해 주시는 분도 계신다”며 “국민께 직접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업무라고 생각하니 사명감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70여 년 전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가 산화한 선배 전우들을 가족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려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임무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중사는 올 6월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6·25전쟁 참전용사 딸을 찾아 시료 채취를 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뒤 고난과 역경을 견디며 살아온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중사는 “그분께서 저희에게 계속 고맙다고 하시면서 울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올해 유해발굴 25주년을 기념해 ‘당신도(YOU), 당신의 지인도 유(遺)가족일 수 있다’는 뜻의 ‘유유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중사는 “국방부에서 카드뉴스, 캠페인 송, 포스터 등 각종 홍보자료를 예하부대에서 간편히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며 “입영 장병 교육과 현역 장병 전수조사 시 유유 캠페인 자료를 활용해 관심도를 높이고 호응을 이끌어 시료 채취 대상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호국영령 희생 예우, 당연한 의무”

올해 유해발굴에선 시작부터 좋은 조짐이 있었다. 지난 2월 말 팀원들의 사전 탐사활동 과정에서 금속탐지기로 허벅지뼈와 유품을 발견한 것이다. 올해 유해발굴사업 중 첫 유해 수습이 그렇게 이뤄졌다. 사단 장병들은 유해발굴 기간 옥산고지와 부랭이산 일대를 오르내리며 선배 전우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기간 타 부대 장병과 학교기관 등에서도 현장견학을 하며 유해발굴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국가를 지키고자 헌신하신 분들의 희생정신을 되새겼다.

이 중사를 비롯한 사단 장병들의 노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발굴한 유해 수만 420구가 넘는다. 2022년 육군지상작전사령부의 유가족 DNA 시료 채취 우수부대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사단이 거의 매년 관련 표창을 받는 점도 이런 성과 덕분이다.

이 중사는 임무가 끝나는 그날까지 한 분의 선배 전우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늦게나마 기리고 예우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힘줘 말했다.

사단 장병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만큼 유해발굴사업, 특히 시료 채취 과정에서 국민의 관심과 참여도 촉구했다. 이 중사는 “(지금까지 발굴한 국군 전사자 유해 1만1000여 구 중)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선배 전우는 260여 명에 불과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에 어려움이 커지는 만큼 유가족분들의 DNA 시료 채취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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