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동상이몽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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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서 나온 한 장의 사진이 국제정치의 복잡한 풍경을 압축해 보여줬습니다. 시진핑·블라디미르 푸틴·김정은, 세 정상이 나란히 서 있었고, 그 뒤로는 다른 국가 정상들이 멀찍이 서 마치 들러리를 선 듯한 구도가 연출됐습니다.
흥미로운 건 ‘옷차림’이었습니다. 평소 인민복을 즐겨 입던 김정은은 이날 정장 차림이었고, 오히려 시진핑만 인민복을 입었습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시진핑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반대로 ‘중국 측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함께한 건 무려 66년 만입니다. 1959년 중국 국경절 열병식 당시 김일성과 마오쩌둥, 니키타 흐루쇼프가 톈안먼 망루에 오른 것이 마지막이었죠. 당시 주역은 이제 모두 ‘전전(前前) 최고지도자’가 됐고, 후계자들이 다시 모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회동에서 세 정상은 어떤 합의를 이룬 걸까요?
외교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처럼 자국의 이익이 유일한 기준일 뿐입니다. 과거에도 세 정상이 같은 자리에 섰지만 속내는 달랐습니다.
1960년대 중국과 소련의 이념 갈등은 최고조였고, 북한은 ‘등거리 외교’를 통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며 외교력을 키웠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김일성이 친중·친소 세력을 숙청하며 권력 기반을 다져가던 시기였습니다. 오늘날 역시 겉으로 보기엔 북·중·러가 결속하는 듯 보이지만, 속내는 다릅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할 점은 시진핑이 가운데, 좌우에 푸틴과 김정은을 세운 자리 배치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정치인의 좌석 배치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권력 서열과 정치적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특히 권위주의·독재체제일수록 자리 하나에도 외교적 해석이 덧붙여집니다.
총 26개국 정상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푸틴과 김정은이 가장 주목받도록 의도했습니다. 이는 최근 북·러 밀착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북한을 다시 끌어안으려는 중국의 속내가 반영된 것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북·러의 지나친 접근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한반도와 극동 러시아는 중국의 전략적 완충지대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번 연출은 북·러의 ‘밀월’에 중국이 균형추를 놓으려는 시도, 다시 말해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영향권에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와 북한 양측에 동시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어떠한 구도로 관계를 형성해 나갈까요? ‘페이스:北 시즌2’ 107회는 13일 오후 8시 KFN에서 방송됩니다. KFN 유튜브 채널에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새암 KFN ‘페이스:北’ MC·강남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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