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in 국방일보 - 1968년 10월 3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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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문자입니다. 다양한 세계문자 중 제작 목적과 과정이 분명하게 밝혀진 세계 유일의 문자입니다. 그 과학적 구조와 편리함으로 세계 언어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문자입니다.
이러한 우수성과 실용성으로 2000년대 이후부턴 사회 전반적으로 한글 전용이 확산됐습니다. 지금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한자 사용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한글전용 정착이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말의 많은 용어가 한자어로 구성된 특수성으로 한글보급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한자를 함께 사용해야 했고, 한글전용에 대한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한자혼용이 일반적이던 1968년 10월 31일 자 전우신문(현 국방일보)에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한글전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국어운동학생연합회가 실시한 ‘한글전용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조사는 1968년 6월 1일부터 약 4개월 동안 전국 주요 도시 학생, 일반인, 공무원 등 166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적극적 한글전용정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달 한글날이던 10월 9일에는 1970년부터 우선적으로 관공서 공문서의 한글 전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글전용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전우신문이 이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한글전용 찬성률은 81.6%에 달했고, 반대율은 16.9%에 그쳤습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78.3%, 여성은 89.9% 찬성했습니다. 연령별로는 20세 미만에선 90.7%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50세 이상에서는 약 61%의 찬성으로 젊은 세대일수록 한글전용 선호가 높았습니다. 한문교육에 대해서는 전체 조사대상의 45.1%가 필요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우신문은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국어학자 허웅 교수의 ‘한자폐지’에 대한 기고문을 같은 지면에 게재했습니다. 허 교수는 기고에서 한글을 사용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국가정책 감시가 국민의 의무가 된 시대에 쉬운 의사전달 수단이 바로 한글이라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기계가 고도로 발달하는 시대에 빠르게 쓰고 인쇄할 수 있는 글자가 한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허 교수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한글전용 반대에 대해선 기성세대의 편견이라고 반박했습니다. 3000년 동안 사용하던 한자를 갑자기 버릴 수 없지 않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자폐지’는 그들이 우려하는 ‘문자혁명’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글만을 사용해 왔으며 이 전통은 근대기 신소설을 넘어 현대소설로 이어졌고, 한글전용을 위한 준비는 이미 20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허 교수의 시대를 앞서간 혜안과 한글전용에 대한 논리적 완성도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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