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유엔군 창설 75주년 기념 ‘해외파병부대 활약상’ 재조명
‘신이 내린 선물’ 동명부대
2007년 레바논 파병, 현재까지14만여 건 완전작전 수행
평화·안정 기여…한국어·태권도 교실 소통의 장 역할
‘신이 내린 축복’ 한빛부대
2013년 남수단 파병, 누적 2800㎞ 비포장 도로 보수
농업·목공 등 직업학교 운영 700여 명 수료생 배출도
6·25전쟁이 한창이던 75년 전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유엔 최초의 다국적연합군인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유엔사)가 창설됐다. 절체절명의 대한민국은 이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경제·문화·국방·방산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지구촌 곳곳에 유엔 평화유지군(PKF)을 파병해 평화·안정 유지에 이바지하고 있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된 것. 국제사회의 핵심 일원으로서 분쟁지역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알토란 같은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레바논 ‘동명부대’와 남수단 ‘한빛부대’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윤병노 기자/사진=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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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온 밝은 빛' 동명부대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간 대규모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민간인 10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양측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자 유엔은 레바논의 평화 유지를 위해 한국 정부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07년 7월 19일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소속으로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을 파병했다.
우리 군 최장기 파병부대인 동명부대의 주요 임무는 레바논 남부지역으로 유입되는 불법 무기나 무장세력을 24시간 정찰·감시함으로써 지역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동명(東明)’은 동쪽에서 온 밝은 빛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대는 이를 증명하듯 파병 이후 현재까지 14만여 건의 완전작전을 펼쳐 레바논의 평화·안정을 밝히는 등불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31진이 전개해 ‘무결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군대와 함께 평화유지활동(PKO)을 수행하는 만큼 연합훈련도 활발하다. 상호 협력체계를 다지는 친숙화훈련(FAMDEP)과 연합상황조치훈련(COMBINE-X)이 대표적이다. 훈련에서는 자국 기동예비대의 임무·능력을 상호 소개하고, 상황조치 능력 숙달 및 연합전투사격을 한다.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레바논군 역량강화훈련(COTAWL)에서는 우리 군의 뛰어난 작전 능력과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UNIFIL 서부여단장 다비드 콜루시 이탈리아 육군준장은 “동명부대 장병들의 헌신·규율·봉사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대한민국은 레바논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동명부대 활동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현지 주민도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동명부대의 인도적 민군작전 활동을 극찬하고 있다. 동명부대는 의료지원뿐만 아니라 사회기반시설 구축, 물자 공여 등으로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동명부대가 주둔하는 티르시와 5개 책임지역(부르즈라할·압바시아·디바·부르글리아·샤브리하)은 부대원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태양광 가로등, 급수·정수시설, 풋살장, 체육시설 등을 설치해 지역사회의 숙원 과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학교시설을 신축·보수해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여건 보장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또한 차량, 사무기기, 에어컨, 쓰레기 수거함 등을 공여해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산 드보크 티르 시장은 지난달 5일 열린 태양광 가로등 공여식에서 “오늘 태양광 가로등을 준공한 지역은 시민과 여행객이 많은 곳이다. 어두웠던 지역이 밝아지면서 더욱 안전하고 쾌적해졌다. 동명부대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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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민 의료지원은 동명부대의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분야다. 2007년 7월 시작한 대민 의료지원은 군의관·간호장교 등으로 구성된 전문 의료진이 책임지역을 순회하며 세심한 손길을 보내왔다. 2016년 도입한 치과 진료는 주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수의 진료를 포함한 대민 의료지원 누적 횟수는 16만 건을 돌파했다.
2007년 문을 연 한국어 교실은 언어교환의 장이자 주민 소통의 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누적 수강생은 2180여 명이다. 수강생을 중심으로 동명부대를 지지하는 ‘동명 서포터즈’라는 팬클럽이 2015년 3월 생겼고, 올해 창설 10주년을 맞았다. 태권도 교실에서는 2만6200여 명이 수련했으며, 그중 850여 명은 유단자 자격을 획득했다. 3단 이상도 23명을 배출했다.
한국어·태권도 교실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어와 태권도를 함께 배운 현지인이 태권도 사범으로 채용돼 유소년 교육을 맡은 것. 한국어에 능통한 사범이 ‘언어의 장벽’을 허물면서 더 많은 현지인이 한국의 국기(國技)를 익히고, 우수 인원을 교관으로 고용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선순환’ 구조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동명 서포터즈 회장 겸 현지인 태권도 교관인 디아나 알쿠라이에는 “나는 열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동명부대는 우리에게 태권도·한국어뿐만 아니라 많은 기회를 줬다.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명부대는 분쟁을 억제하는 평화 유지 역할에서 한 걸음 나아가 평화를 조성하는 부대로 거듭나고 있다. 이호준(육군대령) 동명부대장은 “우리 장병들은 ‘레바논의 평화를, 조국의 영광’을 위해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지역사회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이끄는 가장 큰 빛' 한빛부대
남수단은 2011년 7월 9일 수단으로부터 독립했다. 유엔은 남수단의 평화 정착과 재건을 돕기 위해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을 설치하고 회원국에 파병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2013년 3월 31일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을 파병했다. 한빛부대의 핵심 임무는 주보급로(MSR·Main Supply Route) 보수작전과 재건지원작전이다. 남수단 수도인 주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인 상황에서 한빛부대는 지난 12년간 누적 2800㎞의 도로를 보수해 유엔의 인도주의적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또 매년 우기 때마다 범람하던 백나일강에 총 17㎞에 이르는 차수벽(물막이벽)을 건설해 20만 명의 보르 시민에게 안정적인 생활 터전을 제공했다.
재건지원작전 외에도 마을에 생필품을 비롯한 교육·의료 물자를 공여해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UNMISS는 “유엔군 최고의 모범부대”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2025년 UNMISS 최우수 공병부대’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한빛부대는 현지 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한빛농장과 한빛직업학교를 운영하면서 농업·양계·목공·전기·배관 등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7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한빛부대의 교육은 단편적인 기술 전수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정과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는 데 교육 중점을 뒀다. 특히 농업과 관련해 채종(수확한 작물에서 씨앗을 발췌해 다시 파종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 기술과 다양한 농작물의 씨앗을 지원해 식량 자급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보요이 골라 피보르 시장은 “남수단이 번영하고 무역이 활성화한 것은 한빛부대가 보르~피보르~아코보를 연결하는 수백㎞의 도로를 건설한 재건작전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최보걸(육군대령) 한빛부대장은 “우리 장병들의 땀과 열정이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돼 기쁘다”며 “‘남수단에 희망을, 대한민국에 영광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임무 완수와 무사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우리 국군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고유의 임무와 함께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세계 평화·안정 유지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동명부대와 한빛부대의 PKO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방부는 올해 개최된 유엔군사령부 창설 75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과거 유엔군의 헌신을 되새겼으며, 동명·한빛부대는 그 정신을 현재의 국제평화유지 활동으로 계승하고 있다.
군 관계관은 “동명·한빛부대는 분쟁지역의 안정화와 민간인 보호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들의 활동은 단순한 파병을 넘어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보여준 국제적 연대와 희생을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어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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