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는 인생 채우는 과정…제도·교육 정비할 것”

입력 2025. 10. 01   16:43
업데이트 2025. 10. 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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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 기자간담회
인구절벽 대비 군 구조 개편 구상 공개
현역 35만 명 외 비전투 분야 아웃소싱
계엄 연루 방첩사 기능 이관·조정 계획
주한미군 철수·축소 우려엔 “기우” 일축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군 복무 기간을 ‘인생의 공백기’가 아닌 ‘인생을 채우는 과정’이라 규정하며, 장병들이 군에서 내공과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와 교육을 정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 장관은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갈등 구조를 풀고, 소통하는 것에 상당히 약하다”면서 “(과거) 60만 대군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배운 사회적 질서, 규범 교육은 한국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원천”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할 군 구조 개편 구상도 일부 공개했다. ‘국방 분야 민간전환 확대’가 핵심이다.


기술군 4만1000명 수준에서 유지

안 장관은 “(국군) 50만 명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에 전투부대 위주 현역 군인은 35만 명을 유지하고 경계인력 등 비전투 분야는 전부 아웃소싱(민간 위탁)하려고 한다”며 “고가의 무기체계를 다뤄야 하는 기술군은 4만1000명 정도 유지하고 기술군은 기술부사관을 중심으로 장기 복무자들이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이미 급식, 수송 등 비전투 분야에서 민간 역량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구체적 근거를 댔다. 군은 현재 병영식당 38곳을 위탁 운영 중이며, 수송·세탁 분야에서도 민간업체에 일을 맡기고 있다.

안 장관은 이와 함께 “산재해 있는 정보화 집행조직을 통합·효율화해 ‘공사’ 형태로 재편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며 “후방지역 주둔지 경계도 경비개념으로 전환해 민간기업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영역의 아웃소싱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9·19 군사합의는 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했다. 안 장관은 “잠정 중지 상태일 뿐 파기는 아니다”라며 “북한과 담을 쌓고 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이어졌듯 민간·문화 교류를 통해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군사분계선(MDL) 일대 훈련을 중지하는 것이 맞다”는 발언에 대해 안 장관은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 “군인은 기본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을 한다는 건 감각을 익히는 것으로, 9·19 군사합의 조치에 따라 그 틀 내에서 한다면 모르지만, 일방적으로 우리가 훈련을 멈춰 놓는 건 제한적”이라고 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는 지연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한미 간 합의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체계적·안정적·능동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이 순간에도 한미 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을 위해 국방비를 8%로 지속 증액해 군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안 장관은 “미국이 원하든 말든 우리는 전작권 전환을 해야 하고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를 8% 이상 대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12·3 비상계엄에 깊이 연루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보안·수사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장관은 “방첩사는 방첩정보활동에 특화된 새로운 조직으로 개편될 것”이라며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위원회’에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주한미군 철수·축소 우려에 대해선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철수나 축소의 ‘ㅊ’자도 나오지 않는다. 한미 간에 논의한 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북·러 군사협력, 안보리 결의 위반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서는 “북한은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위성·미사일 등 첨단 기술을 얻고 러시아는 북한을 통해 군수물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 강화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북한군의 현대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리 및 무기체계 발전 양상을 분석해 위협을 재평가하는 등 대비태세를 확립하고 능력을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군에서 최고의 지휘관은 ‘중령’이라고 언급한 안 장관은 중령 교육 과정에서 직접 특강을 통해 이런 점을 강조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초급간부와 병사들을 이끄는 ‘대대장’ 직책을 주로 중령이 맡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군대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라며 “칭찬과 표창을 많이 줘야 한다”는 철학도 피력했다.

두 달여 간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한 안 장관은 “장관 직책이 막중하다, 의원보다 무게와 책임감이 크다”는 소회를 밝혔다. 안 장관은 오랜 기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약한 전문가임에도 “장관이 되기 전까진 장관이란 직책이 이렇게 막중하고 일이 많은지 몰랐다”며 “취임 뒤 개인적인 약속은 두 번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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