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지켜볼 APEC, 함께 지킨다

입력 2025. 09. 28   16:06
업데이트 2025. 09. 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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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성공 개최 위한 대테러 종합훈련 
미확인 드론 뜨자 FPV 드론 즉각 대응
화생방 상황 제독·정화 ‘일사불란’
특수부대, 건물 점거·인질극 제압
국민·회원국 참관 속 빈틈없는 작전

다가오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군과 관계기관이 테러 대응 태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했다. 지난 26일 경주에서 열린 ‘2025 국가 대테러 종합훈련’은 드론·화생방·인질·화재 등 복합 상황을 실제처럼 재현하며, 국제행사 안전을 위한 민·관·군·경의 공조 체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글=박상원/사진=조종원 기자

 

지난 26일 경북 경주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일대에서 열린 ‘2025 국가 대테러 종합훈련’ 중 해군특수전전단 UDT/SEAL 장병들과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인질 구출 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6일 경북 경주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일대에서 열린 ‘2025 국가 대테러 종합훈련’ 중 해군특수전전단 UDT/SEAL 장병들과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인질 구출 작전을 펼치고 있다.

 


실전을 방불케 한 긴장감

지난 26일 오후 3시, 경북 경주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일대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열린 ‘2025 국가 대테러 종합훈련’ 중 행사장과 국가 중요시설을 노린 각종 테러 상황을 실제처럼 재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 주관으로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 11개 기관 300여 명이 참가했다. 대규모 국제행사의 안전을 위해 민·관·군·경이 하나로 맞물려 움직이는 합동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대테러·안전관리 역량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국민 100여 명과 APEC 회원국 외교관도 참관하도록 했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훈련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숨을 죽이며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하늘 위 위협, 군이 막아냈다”

첫 상황은 드론 테러였다. 행사장 인근 트레일러에서 정체불명의 드론 4대가 동시 이륙해 회의장 상공을 향해 돌진했다. 불법 개조된 드론에는 폭발물이 실려 있다는 가정이 더해졌다.

현장에 출동한 군 드론 대응팀은 즉각 전파차단 장비를 가동했다. 강력한 전자파가 뿜어져 나오자 드론 일부가 균형을 잃고 추락했지만, 나머지는 회피 기동을 하며 비행을 이어갔다. 이때 일인칭 시점(FPV) 칼날 드론이 긴급 투입돼 목표를 향해 고속 돌진했다. 공중에서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적 드론이 산산조각 났다.

관람석에서는 안도의 숨이 터져 나왔고, 군 장병들은 곧바로 후속 탐색과 주변 지역 추가 감시를 이어갔다. 불법 드론이 단 몇 분 만에 무력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참관객들은 “실전 같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장병이 건물 외벽을 타고 하강하고 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장병이 건물 외벽을 타고 하강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장비 소개를 듣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장비 소개를 듣고 있다.

 

오염지역을 제독하는 화생방 요원들.
오염지역을 제독하는 화생방 요원들.



화생방테러 대응 ‘신속하게’

두 번째는 화생방 상황이었다. 독성 가스가 유포되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곧바로 쓰러졌다. 즉각 경찰과 소방, 보건소가 출동했고,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와 50사단도 지원에 나섰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대화생방테러특임대(CSMT)는 탐지기를 전개해 오염원을 확인했고, 50사단 지역대화생방테러특임대(CRST)는 제독 장비를 투입해 오염 구역을 봉쇄했다. 뒤이어 K10 제독차량과 소방차가 투입돼 현장을 정화했다. 흰색 제독액이 뿌려지자 오염 지역은 서서히 안정됐고, 쓰러져 있던 환자들은 응급조치 후 특수 후송차량에 실려 나갔다. 작전을 마친 장병들은 소방이 설치한 제독소에서 방호복을 벗고 인체 제독을 실시한 뒤 이동했다.


시설점거·인질테러 대응 

세 번째는 무장 괴한의 건물 점거와 인질극 상황이었다. “발포 소리와 함께 괴한이 건물을 장악했다”는 보고가 접수되자 즉시 특수부대 투입이 결정됐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해군특수전전단 UDT/SEAL, 경찰특공대가 합동 작전에 나섰다.

경찰특공대는 드론과 열상장비로 건물 내부 구조와 인질 위치를 탐지했다. 곧이어 특전사 대원들이 외벽을 타고 올라 창문으로 침투했고, UDT/SEAL 장병들은 1층에서 동시 돌입했다. 순간 내부에서는 폭음과 공포탄 사격이 이어졌고 관람석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괴한이 인질을 방패 삼는 상황에서도 대원들은 흔들림 없이 작전을 이어갔다. 치열한 교전 끝에 인질 전원은 무사히 구출됐고, 테러범은 모두 제압됐다. 부상자들은 경북소방의 응급조치를 거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 치 오차 없는 합동 제압 작전에 참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끝까지 국민을 지킨다” 

마지막은 폭발로 인한 화재 상황이었다. 붉은 연기가 치솟자 사이렌이 울리며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가정이 주어졌다.

경주경찰서 초동대응팀은 신속히 출동해 경계선을 설치하고 주변을 통제했다. 곧바로 경주소방서 구조대가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 매몰자를 탐색·구조했고, 지원 소방차들도 진압에 합세했다. 수십 분간 이어진 화염과의 사투 끝에 인명 구조가 완료되고 불길이 잡히자, 현장은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 훈련은 국제행사 안전 확보를 위한 군 중심의 실질적 대비 태세 점검이었다. 군의 즉각 대응력과 관계기관 간 협업은 현장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장을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테러의 공포가 우리 사회를 두렵게 하고 있다”며 “신종 드론이나 사이버공격 같은 새로운 테러 위협 사례도 속속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테러는 먼일이 아니라는 것에 모두가 경각심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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