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공직에 몸담았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부서를 거쳤고 수많은 정책과 제도, 사람들을 만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공직생활의 모든 순간에 중심이 돼 준 한마디는 ‘청렴’이었습니다.
많은 이가 청렴을 ‘돈을 주고받지 않는 것’ 정도로 인식하지만, 청렴은 단지 금전적 부패의 부재를 뜻하지 않습니다. 공직자가 어떤 자세로 국민을 대하고, 어떤 마음으로 공공의 책임을 감당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청렴을 ‘바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마음이 바르고, 행동이 바르고, 절차가 바른 것이지요.
청렴의 기준은 국민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정하게 일하는 것,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정책의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 무엇보다 매 순간 ‘지금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스스로 묻는 태도가 바로 청렴의 실천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년 각 기관의 청렴도를 평가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청렴 체감도, 기관의 청렴 노력도, 부패실태, 신뢰도 저해행위 등을 포함합니다. 외부의 부패 인식이나 부패 경험뿐만 아니라 조직의 청렴성, 즉 인사 운영의 공정성과 예산 집행의 투명성, 소극행정 여부 등도 중요한 평가항목입니다.
2023년과 2024년 국방부의 청렴도는 3등급으로 종합 평가됐습니다. 내부 노력은 있었으나 국민과 조직 구성원의 눈높이에 맞추기엔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감사관실과 청렴옴부즈만은 많은 시책을 추진했습니다. 청렴 홈페이지에서 신고 접수와 조치, 내부 청렴 인식 설문을 통한 정책 보완, 청렴 표어 공모전으로 조직 전체에 청렴 메시지를 확산하는 노력도 진행됐습니다. 또한 『청렴국방 유권해석 사례집』을 발간·배포해 각급 기관에 청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청렴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간부 한 사람의 언행이 조직 전체의 기준이 됩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중하고 실적주의와 보신주의에 매몰된다면 청렴은 구호에 그치고 맙니다. 조직의 리더일수록 더욱 투명하고 정직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청렴은 누구 하나의 몫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입니다. 특히 국방 분야에서 청렴은 강한 안보의 기반입니다. 막대한 예산, 민감한 기밀, 복잡한 민·관 협력이 얽힌 국방현장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무너진다면 단순한 도덕적 손실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됩니다.
현재 국방부 청렴옴부즈만으로 활동 중입니다. 옴부즈만은 조직 외부의 시각을 내부에 전달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국방부 내부의 자정기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하길 기대합니다.
공직을 떠난 지 8년, 이제는 외부에서 공공조직을 바라보는 지금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청렴은 선택이 아니라 생명선입니다. 공직자가 청렴하지 않으면 정책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 결정과 판단은 모두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습니다. “바르지 않으면 하지 마라. 바른 일이라면 끝까지 하라.” 이 말은 공직생활을 관통하는 좌우명이자 후배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유일한 조언입니다.
공직자로서 여러분이 오늘 내리는 청렴한 선택 하나가 내일의 국방을 더욱 믿음직스럽게 만듭니다. 청렴, 그것은 공직의 시작이며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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