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군 최초 자체 설계 건조 하이쿤급 잠수함, 본격 전력화까진 거친 풍랑 넘어야

입력 2025. 09. 24   16:00
업데이트 2025. 09. 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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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무기의 세계
험난한 과정 끝에 완성한 대만의 전략자산

네덜란드·미국 상대 잠수함 획득 시도
번번이 무산되자 건조 프로젝트 수립
3년간 작업 끝에 2023년 ‘1호’ 진수식
공간 활용성 향상·수중 소음 감소 장점
전투 체계 대부분은 미국산 부품 의존
올 6월에야 해상 수용 시험 단계 돌입
잠항 테스트·예산 확보 등 과제 산적

그 어떤 최신 무기도 지원 전력이나 공동 작전 없이 현대전에서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잠수함은 적의 전력이 아무리 우세해도 단독 작전을 수행하거나 전세가 불리할 때 숨어 있다가 기회를 노려 반격하는 등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대만과 같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약소국은 잠수함이 해군력의 절대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이자, 적의 대규모 상륙 함대를 저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대만 최초의 자체 설계 잠수함 ‘하이쿤(海鯤)’에 대해 살펴본다.

 

대만 해군이 자체 설계한 하이쿤급 잠수함이 수상항주 시험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대만 해군이 자체 설계한 하이쿤급 잠수함이 수상항주 시험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대만의 IDS 프로젝트

대만 해군 잠수함 전력은 1945년 미국에서 건조된 2척의 하이시(海獅) 잠수함에서 시작됐다. 하이시급 잠수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건조돼 현대전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대만은 1980년대 신형 잠수함 건조를 위해 네덜란드의 즈바르디스(zwaardvis)급을 개조한 하이룽(海龍)급 잠수함 2척을 도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대만의 잠수함 건조에 위협을 느낀 중국은 네덜란드를 끈질기게 압박해 하이룽급 후속 4척의 추가 건조를 막는 데 성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렵게 도입한 하이룽급 잠수함마저 무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유지보수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독일산 SUT 어뢰를 구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대만은 지속적으로 추가 잠수함 획득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천수이볜 정권과 마잉주 정권에서는 일명 ‘광화(光華)8호’ 프로젝트로 미국에서 잠수함을 구매하려 했지만 미국이 재래식 잠수함 건조 능력이 없어 포기했다. 그 후로도 몇 차례의 잠수함 구매 또는 건조 시도가 모두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 결과 현재 대만 잠수함대의 주력인 하이룽급 2척이 노후화됐다. 심지어 대만 해군은 건조된 지 70년이 넘은 하이시급 잠수함도 퇴역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2014년 해군사령관 천융캉(陳永康) 상장이 계획한 대만 국산 잠수함 프로젝트는 2017년 3월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가 ‘Indigenous Defense Submarine(IDS)’, 즉 해창계획(海昌計?)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건조를 선포한다.

IDS 프로젝트의 개발 예산은 2016년부터였지만 건조 과정은 순탄치 않아 다른 나라보다 개발이 매우 지연됐다. 대만은 잠수함 장비는 고사하고 잠수함이 깊은 바다의 수압을 견딜 수 있는 고장력강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강철공사가 자체 연구 개발을 통해 고강도 HSLA-80형 강판을 개발하기도 했다. 대만은 2020년 11월 IDS 프로젝트의 잠수함을 착공한 뒤 3년간의 건조 작업을 거쳐 2023년 9월 28일 차이잉원 총통 주재하에 진수식을 거행했고, 이때부터 ‘하이쿤’이라는 함명을 부여받아 오늘에 이르렀다.


대만이 자체 설계한 첫 잠수함인 하이쿤급 잠수함의 모형. 필자 제공
대만이 자체 설계한 첫 잠수함인 하이쿤급 잠수함의 모형. 필자 제공



미국산 장비를 주로 장착한 재래식 잠수함

하이쿤급 잠수함은 길이 약 70m, 폭 약 8m, 용골에서 돛대까지 높이 약 18m의 규모이며, 수중 배수량은 약 2800톤이다. 안전 잠수 깊이는 350m 수준이다. 하이쿤급 잠수함의 디자인은 기존 하이룽급과 크게 다르다. 우선 잠수함의 기동성에 큰 영향을 주는 잠항타가 십자(+) 형태에서 ×자형으로 변경돼 회전 반경을 줄이고 기동성을 높였다.

함정의 형상 역시 하이룽급의 누적형 스타일이 아니라 시가형 부분 복각식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는 누적형보다 속력은 떨어지지만 공간 활용성이 좋고 수중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쿤함 제작 자체는 대만이 주도했지만 부품 단위에서는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하이쿤급 제작에 100여 개의 현지 업체가 참여해 재료·설비·부품을 제공했으며, 현지 자재 사용률은 40%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전투 능력의 대부분을 미국산 부품에 의존한다. 전투 체계의 경우 록히드마틴이 원자력 잠수함용으로 개발한 제품을 대만에 맞춰 개조했고, 레이시온이 소나 시스템과 잠망경을 담당했다. 다만 잠망경 등 일부 부품의 경우 독일 핸솔트사가 제작하는 등 유럽산 부품도 존재한다. 이들 소나와 잠망경으로 탐지된 표적을 공격하는 무장 체계 역시 미국산이다. 최대 18발의 MK48 Mod.6 AT 어뢰 혹은 UGM-84 잠수함 발사 대함미사일을 사용한다.

하이쿤급은 전형적인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추진 기관을 사용하는데, 디젤 엔진의 종류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월 1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TADTE 2025’에서는 대만선박동력기술유한공사가 개발한 리튬이온전지가 공개됐다. 이 전지는 과거 재래식 잠수함의 납축전지보다 에너지 저장 밀도가 수배 높으며, 경량 충격 시험기 및 중형 폭발 시험(MIL-STD-901D)을 통과했다.


2년 이상 시험 항해와 검증 수행 중

하이쿤함은 2020년 11월 착공해 약 3년간의 건조 작업을 거쳐 2023년 9월 28일 차이잉원 총통 주재하에 진수식을 했다. 같은 해 10월 1일부터 항구 수용 시험(Harbor Acceptance Test)을 거쳐 항구 내에 정박한 상태에서 선체의 기본적인 안정성과 기기 기능을 시험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7일 처음으로 항구를 벗어나 해상 수용 시험(Sea Acceptance Test) 단계에 진입했다.

하이쿤급의 시험 평가는 매우 조심스럽고 천천히 진행돼 전력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하이쿤함은 잠항 시험을 실시하지 못했다. 조만간 50m 잠항 테스트에 들어갈 것으로 발표됐으나 일정이 확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쿤급의 후속 예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만 국방부는 2025년 하이쿤급 잠수함의 한 해 건조 예산 50%를 동결해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2024년 8월 대만 행정원이 승인한 하이쿤급 후속함 7척을 2038년까지 건조하려던 계획의 실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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