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투함·무기체계 등 해상사열… 막강 K해군력 부산 앞바다 수놓는다

입력 2025. 09. 22   17:15
업데이트 2025. 09. 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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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D-2 
정조대왕함·마라도함 등 무기체계 도열 
창군 원로·국민참여단 해군 위용 체험
군사력 과시·K방산 세계 알리는 기회

 


해군이 창설 8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202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25~27일 부산작전기지와 인근 해상에서 열리는 이번 관함식은 군함의 전투태세와 장병들의 군기를 검열하는 일종의 해상사열이다. 특히 바다의 최일선에서 묵묵한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지켜 온 해군과 국민이 함께하는 날이어서 의미가 크다. 관함식은 무엇이며, 올해 행사는 어떻게 펼쳐질지 살펴본다. 글=조수연/사진=이윤청 기자

전력 과시에서 K방산 홍보의 장으로


관함식은 군함의 전투태세를 확인하고 장병들의 군기 상태를 검열하는 의식이다. 그 뿌리는 15세기 유럽 해군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에는 군주가 직접 함대의 전투준비태세를 확인하는 성격이 짙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관함식은 단순한 전력 점검을 넘어 강대국들이 동맹국을 초청하고 최신 무기를 공개하는 국제 정치 무대로 변모했다. 해양 패권과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장이 된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이를 국가적 행사로 발전시켰고, 영국과 프랑스도 관함식을 군사외교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관함식은 없었지만, 왕이 직접 수군을 점검하는 의식이 존재했다. 세종 때 왜구 침입에 대비해 삼포에 군선을 배치했고, 숙종 때는 충무공 이순신의 전공을 기리며 수군 훈련을 강화한 기록이 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해군력을 확인·독려하는 전통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늘날 관함식은 군사력 과시라는 시각과 함께 K방산을 세계에 알리고 국방외교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다.



2018년 개최된 관함식 해상사열에서 함정들이 제주 서귀포시 해상을 기동하고 있다.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하는 '202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은 25~27일 해양도시 부산에서 열린다. 해군 제공
2018년 개최된 관함식 해상사열에서 함정들이 제주 서귀포시 해상을 기동하고 있다.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하는 '202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은 25~27일 해양도시 부산에서 열린다. 해군 제공



‘국민과 함께한 80년, 강한해군 해양강국’’

우리 해군은 1949년 인천, 1998·2008·2015년 부산, 2018년 제주에서 관함식을 했다. 첫 관함식은 1949년 인천 앞바다에서 개최됐다. 정례화된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다. 이후 2008년(노무현 정부), 2015년(박근혜 정부), 2018년(문재인 정부)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사열했다.

1998년 행사는 경남 진해·부산 일대에서 국내 40척, 외국 21척 등 함정과 26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2008년에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을 비롯한 외국 함정들이 같이해 대규모 국제 관함식으로 열렸다. 부산시민들을 대상으로 함정 공개와 의장대 퍼레이드 등도 했다.

특히 직전 행사였던 2018년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일출봉함에 올라 사열에 나섰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 함정이 대거 동참해 행사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올해는 국민과 함께하는 행사로 꾸민다. 외국 해군 함정과 귀빈 초청을 생략하고 우리 해군 전력과 육·공군, 해경·합동 전력 등에 집중한 국내 관함식으로 치러진다.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해군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보여 주는 무대로 꾸미겠다는 게 해군의 구상이다.

국산 전투함과 잠수함,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등 각종 전력이 전력화 시점 순으로 총출동하는 ‘스토리텔링’식으로 이뤄진다. 정조대왕함, 마라도함, 도산안창호함 등 해군 무기체계에 관심이 큰 국민들이 환호할 만한 최신예 전력들도 도열할 예정이다.

관함식 해상사열 및 훈련시범에는 해군 창군 원로 및 독립운동가 후손, 예비역·보훈단체, 정부 및 군 주요 인사 등도 초청된다. 25~26일 펼쳐지는 해상사열에는 국민참여단 1101명이 해군의 위용을 체험한다.

바다뿐만 아니라 육상에서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준비돼 있다. 관함식 기간 부산작전기지에서는 부대 개방 및 함정 공개행사를 하고 홍보·체험존, 공연존, 무기체계 및 군복 전시존 등도 마련된다. 일반 국민 누구나 신분증만 지참하면 사전 신청 없이 해군부대와 함정을 견학할 수 있다.

관함식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국방홍보원 ‘KFN 위문열차’ 축하공연이 장병 및 국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펼쳐진다. 공연이 끝나면 ‘불꽃축제’가 관함식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김동래(준장) 관함식기획단장
김동래(준장) 관함식기획단장


인터뷰  김동래(준장) 관함식기획단장
삯바느질로 사온 군함부터
해상초계기까지
80년 해군史 보여줄 것

“자본도, 기술력도 없던 창설 당시부터 해군은 늘 국민과 함께였습니다. 해군 부인들이 삯바느질로 예산을 모아 미국에서 첫 군함을 사 올 때부터요. 해군은 국민들과 모든 역사를 함께해 왔다는 점을 꼭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7일 만난 김동래(준장) 2025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기획단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국민’이었다. 해군의 80번째 생일을 기념해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국민과 함께한 해군 80년 역사’를 잘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다.

“우리가 평소 식당을 가더라도 직원들의 눈빛·표정·말투 같은 것이 기억에 남잖아요. ‘행사 당일 국민들께 신뢰를 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모습을 잘 보여 드리자’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신뢰를 보여 주시면 군인은 그걸 먹고 삽니다. ‘위대함은 디테일에 있다’는 생각으로 세심하게 준비 중입니다.”

그는 이번 행사로 ‘강한해군, 해양강국’이란 슬로건이 우리 장병과 국민들에게 뭉클하게 새겨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국민과 같이한 해군의 발전상을 강조하고 싶다는 김 단장의 구상은 행사에도 반영됐다. 큰 배 위주로 이뤄졌던 해상사열 기획이 변화한 점도 돋보인다.

“그동안 해상사열이 큰 배에서 작은 배 순으로 진행돼 왔다면 올해 관함식은 처음으로 해군 전력의 발전 순서대로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현재는 이렇고, 앞으로 이런 추세로 무기체계가 갈 것’이라는 내용을 스토리로 엮어서요. 무인기는 물론 육·공군 공중 전력, 해경정, 특수정들도 함께해 합동 전력의 힘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행사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국가 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해군으로 성장한다는 상징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김 단장은 “부산만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해양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측면에서 부산에서의 관함식은 군사적 의미 이상의 시의적절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비정기적인 행사인 만큼 장병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길 바라고 있다.

“군 생활 중 관함식을 못 보고 전역하는 장병이 많습니다. 우리 전력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 가운데 국민이 있고, 우린 국민을 위한 군대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군이라는 것도 느꼈으면 합니다.”

그는 행사를 준비해 온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해 온 해군 장병, 태스크포스(TF)팀 안내요원, 해상 함정요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 함께하는 풍성한 행사를 만들어 주신 육·해·공군 및 해양경찰 전력, 지질탐사원,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등 여러 기관 단체들과 타 군에도 감사합니다.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잘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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