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에도 AI 훈풍이

입력 2025. 09. 19   15:48
업데이트 2025. 09. 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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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규 대령 육군21보병사단 천봉여단
최문규 대령 육군21보병사단 천봉여단



20여 년 전 일반전초(GOP) 중대장을 맡았을 때다. 매일 작성하는 경계근무명령서를 어떻게 하면 자동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연품을 제작해 사단 완전작전 회의 때 결과물을 내놨다. 시범 후 현장 적용 과정에서 몇 가지 오류가 발견됐다.

전우조 편성 등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그렇게 기술적 난제로 접어 뒀던 20년 전의 일기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 시도가 인공지능(AI) 전환의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다. AI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자 군에 필수조건이라고 여겼다. 20년에 걸친 일기를 지난해 『이제는 AI로 나를 바꿔라(Self-Change AI Guide)』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현재 접적부대 현장 지휘관으로서 AI를 군 생활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례로 최근 사단·양구군 통합방위협의회 간 민간인통제선 내 산채 채취를 위한 민간인의 무단출입을 방지하고자 강원 양구군을 ‘스마트 산림관리 시범지자체’로 만들자고 제안했었다. 군·경·산림·소방 합동단속반 운영과 함께 드론과 폐쇄회로TV(CCTV)를 활용한 스마트 감시체계를 갖추고 지역주민을 ‘산림지킴이’로 운용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불법행위자를 식별하는 일은 줄어드는 현역 장병 수를 고려하고 자원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래 국방을 위해 야전에서는 어떻게 AI를 적용할 수 있을까?

첫째, AI 전환 소요를 발굴해야 한다. 위병소 바코드 시스템, 센서를 통한 차량 인식으로 단방향 도로 신호등체계 도입과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부터 개인과 부대 전투력 평가를 데이터화하는 것, 대규모 훈련에서의 AI 기반 지휘 및 참모 활동까지 AI 전환 물결을 적극 받아들여 부대 내에서 AI 전환 소요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부대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AI로 전환을 행동화해야 한다. 부대에는 이미 AI 관련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장병이 적지 않다. 이들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시각화한다면 작전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수년간 쌓아 온 참모들의 PC 데이터는 양식을 조금 수정하고 보안 문제를 해결한다면 훌륭한 AI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셋째, 국방부와 각 군 본부 차원의 지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방부와 각 군 본부에서 매년 시행하는 AI 경진대회에 참가해 평시에 축적한 AI 전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상급부대에 건의한다면 산·학·연 연구 프로젝트로 승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야전에서 AI에 기울이는 작은 관심과 노력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강한 군대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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