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스타를 만나다
데이식스10주년, 앞으로 걸어갈 10년
JYP 아이돌 연습생서 밴드로 데뷔
홍대 클럽·버스킹 돌던 신인 지나
고양종합운동장서 밴드 첫 단독공연
긍정·진정성의 힘으로 이룬 성과들
네 번째 정규앨범, 10주년 기념보다
4인조로 새롭게 나아갈 길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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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토록 애틋할까. 밴드 데이식스의 데뷔 10주년, 이를 기념하며 발표한 4번째 정규앨범 ‘더 디케이드(The Decade)’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숱한 음악가의 수많은 주목할 만한 성과 가운데서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4인조 밴드가 쌓아 올린 금자탑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2015년의 ‘더 데이(The Day)’부터 어느덧 10년.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클럽을 돌며 경력을 시작한 밴드는 지난 8월 30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국내 밴드 최초의 단독공연을 펼치며 뜻깊은 2025년의 시동을 걸었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더 디케이드’의 전곡이 스트리밍 플랫폼 주요 차트에 진입했다.
지난 10년간 밴드음악,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을 들어온 팬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데이식스의 음악 한 조각쯤은 품고 있다. 처음부터 그들을 좋아한 마니아는 밴드명이 초창기 6인조 구성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안다.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데뷔곡 ‘콩그래추레이션스(congratulations)’의 감동을 기억하며 무럭무럭 성장한 밴드의 오늘날에 감개무량하다.
나의 기억도 이 시기부터 출발한다. 아이돌 밴드에 편견 아닌 편견이 존재하던 시기, 데이식스는 처음부터 주목받는 팀이 아니었다. 홍익대 라이브클럽과 버스킹, 매달 자작곡을 발표하며 실력을 쌓아 나가던 신예 밴드였다. 입대 후 잠시 잊어버렸던 그들의 이름은 어느새 하루를 마무리하는 스테디셀러로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많은 이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룹의 대표곡 ‘예뻤어’다.
데이식스의 성과는 무엇 하나 간단히 얻어 낸 게 없다. 아이돌 밴드를 넘어 한국 록 전체를 통틀어도 훌륭한 정규 작품이었던 ‘선라이즈(Sunrise)’와 ‘문라이즈(Moonrise)’ 발표 이후에도 밴드는 부지런히 많은 부분을 증명해야 했다. 현재는 능숙하게 자신이 맡은 악기를 연주하며 각자 독특한 음역의 가창을 선보이는 멀티그룹이 됐지만, 원래 멤버들은 평범한 기획사 연습생으로 밴드팀 데뷔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연주력에 관한 의구심, 장르음악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부분에서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밴드는 묵묵히 나아갔다.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했다. 그렇게 진솔하고도 독특한 데이식스만의 역설적 창작관이 꽃망울을 맺었다. 비록 지금 당장 마주하는 현실이 행복하거나 즐겁지 않더라도,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멀고도 험할지라도, 너와 내가 함께하기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궁극의 긍정적 메시지. ‘행복했던 날들이었다’와 ‘스위트 카오스(Sweet Chaos)’, 그룹을 대표하는 싱그러운 청춘의 표상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이 시기의 결과물이다. 여러 음악을 즐겨 듣고 무궁무진한 창작의 가능성에 즐거워하던 데이식스를 처음 만나 인터뷰했던 때이기도 하다.
점차 많은 이가 밴드에 마음을 열었다. K팝이 대유행하는 가운데 악기를 들고 서로 호흡을 맞춰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진공 속에서 잊어버린 진정성을 향한 갈망을 일깨웠다. 서투르더라도 직접 느낀 감정을 가사로 쓰고 선율을 붙이면서 공감의 폭은 나날이 넓어졌다.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서글프게 투영한 ‘좀비’와 궁극의 사랑을 노래하는 ‘유 메이크 미(You make Me)’, 3인조 편성으로 팝의 영역에 다다르며 새로운 실험을 선보인 유닛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까지 분주한 활동을 바라본 팬들은 ‘믿고 듣는 데이식스’라는 찬사를 본격적으로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진심은 공백마저 뛰어넘었다. 데이식스는 국내 보이밴드 가운데 이른바 ‘군백기’로 불리는 군 복무기간의 휴지기간 오히려 그룹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에게 주목받은 최초의 사례가 됐다. 멤버 전원이 현역으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 육군, 해군의 각자 다른 군종에서 성실히 군 복무를 하면서 제74주년 국군의 날 특집방송으로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모인 합동공연이 많은 화제를 낳으며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의 역주행을 이끌었다. 음악과 팬을 위해 의무를 피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청춘의 표상이 그들의 노래와 비로소 공명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데이식스를 마주하고 있다. 허스키한 보컬톤으로 록의 거친 매력을 전달하는 기타리스트 성진, 탄탄한 가창과 팝 지향적 송라이팅으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선보이는 베이시스트 영케이, 독특한 목소리로 주목받지만 데이식스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정성을 담당하는 키보디스트 원필, 마지막으로 이들의 연주를 든든하게 받쳐 주는 드러머 도운이다.
깊이 있지만 난해하지 않고, 쾌활하되 치열한 노력을 잊지 않고 다짐하는 그들의 음악은 오래도록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잊고 있었던 단순함의 미학과 모두에게 닿을 수 있는 범용성의 필요를 일깨웠다. 지난해 대중음악 시장을 강타한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 ‘해피(HAPPY)’ ‘녹아내려요’는 명실상부 젊음을 상징하는 송가로 자리매김했다. 벅차오르는 환희를 숨기지 않으며 노래하는 데이식스의 모습은 많은 젊음이 그들을 동경하며 악기를 잡고, 밴드를 결성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는 데 커다란 이바지를 했다.
10주년을 맞은 밴드는 초연하다. 기념비적 성과에 들떠 있지도, 과도한 부담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더 디케이드’의 10곡은 10주년 기념앨범이란 의미보다 4인조로 개편된 데이식스의 새로운 음악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작품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듣는 이의 아픔에 공감하며 도전을 격려하는 ‘꿈의 버스’ ‘디스코 데이(Disco Day)’ ‘드디어 끝나갑니다’ 같은 곡은 더욱 밝아진 그룹의 때 묻지 않은 전체 관람가 록이다.
반면 ‘웰컴 투 더 쇼’의 화려한 결혼 행진과 정반대로 집착만이 남아 버린 관계를 노래하는 더블 타이틀곡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스위트 카오스’의 연장선으로 보다 넓어진 감정의 표현을 들려준다. ‘별들 앞에서’ ‘우리의 계절’ 같은 슬로 템포 록, 극적 구성이 빛나는 ‘날아라! 드림라이더’ 등 다채로운 구성이 두드러진다. 나아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데이식스가 걸어갈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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