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트럼프 대통령, 파트너십 높게 평가
한국 조선 건조·제조업 역량 등 관심
미국산 에너지 공동개발·구매 제안도
이 대통령, 북한과 대화 재개 의지 역설
한반도 비핵화 위한 양국 공조 시험대
미국의 대중국 정책 불확실성도 변수
경제·통상 협상의 안보 이슈 연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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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제 안보 정세 속에서 한미 양국 모두 자국의 번영과 평화를 최우선시하는 가운데, 두 정상의 첫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미래지향적·포괄적 한미관계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한반도에서 각각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 미국은 첨단과학기술이 핵심인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승리해 전 영역에서의 패권이 아닌 수위(primacy)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해외 불필요한 전력 투사와 자원 낭비를 줄이고 동맹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프라 건설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한국은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의 현실주의 논리에 의해 근본적 해결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취급받고 있는 북한 핵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업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병력을 파견함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구현하기 위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경제 협력국이었던 중국은 이제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자가 됐다.
2025년 상반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평화 의제를 번영 의제와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을 종식시켜 평화 창출자가 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상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평화협상 성사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6월 대외군사개입을 자제하겠다던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 공습을 단행함으로써 ‘힘을 통한 평화’ 구호 아래 억지력 회복을 과시했다. 다행히 확전은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2.0’ 기조 아래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주의 무역질서에 반하는 관세 부과와 거래적 투자유치가 미국 경제 부흥에 어떻게 기여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한미 정상회담의 단기 성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 전문가들이 제시한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몇 가지 예측이 있었다. 첫째, 미국은 안보보다 경제, 그중에서도 관세를 우선시할 것이다. 둘째, 한국은 국방비 지출을 증액해야 할 것이고, 실제 세부 내역보다 가시적인 총액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셋째, 미국은 북한보다 중국의 군사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동맹국 한국 또한 북한보다 중국에 대한 방어태세와 군사역량을 갖추도록 요구받을 것이다. 넷째, 미국은 글로벌 국방태세를 재편하면서 한반도 방어태세도 조정할 기세인데, 이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즉 한반도 외 지역에서의 주한미군 전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예상을 반영해,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7월 30일에 전격 타결한 한미 간 포괄적 관세 협상을 구체화하고 한미동맹 안보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미국은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는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가 조건으로 제시됐다.
한미 당국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를 경제통상 분야의 우선적 안정화, 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탐색 정도로 조율했기에, 미국이 동맹 현대화 명분으로 제시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서부터 방위산업기반협력 등에 이르기까지 군사적·산업적 협력을 확대하자는 요구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 한미 정상회담은 이런 이슈를 구체화하기보다 두 정상 간 첫 회동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고 양국의 대외정책적 우선순위를 솔직하게 공유하며 공감대를 쌓는 토대를 마련했다. 미국의 우선순위가 경제 협력과 투자 유치에 있었다면, 한국의 우선순위는 동맹 공동의 번영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높게 평가하며 한국의 조선 건조와 제조업 역량에 기초한 한미 간 산업협력,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에 관심을 보였다.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와 같은 미국산 에너지 공동개발과 구매를 제안하면서 일본의 공동 참여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가 조선과 제조업 르네상스를 함께 구현할 뿐 아니라,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역설했다. 방미 직전 도쿄에서 이시바 일본 총리와 회담한 이례적 상황을 환기하며, 그동안 약한 고리로 여겨졌던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해 동맹 간 협력 증대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됨을 각인시켰다.
이 밖의 대외정책적 성과가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하는 다자무역회의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확인했고, 그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이어 나갈 의지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향후 과제
한편, 미국 수뇌부가 주도하는 미국의 축소지향적 대전략과 대중국 견제 초점의 국방전략에 따르면, 향후 한미가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현안이 적지 않다. 당장 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비핵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소극적 태도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핵 동결, 축소, 비핵화 3단계를 밝힌 한국 정부와 앞으로 어떻게 대북정책을 공조할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성향 때문에 미국의 대(對)한반도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군사적 위협 언급과 동맹국의 대중국 견제 동참 요구는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한미 정상이 함께 방중할 수 있다고 농담하며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혼재된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은 미국이 중국에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었는데도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삼가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이래 미국의 모든 전략문서는 중국을 치명적 군사위협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국의 대중국 억제에 대한 기여 요구는 불가피하게 예정돼 있다.
한미 정상 간 첫 회담과 이어지는 확대 회담에서 진행된 경제·통상 협상이 안보 이슈 협상과 어떻게 연계됐는지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현지 투자와 조선업 및 에너지 협력을 통해 한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이슈에서 일정 정도 레버리지를 행사하길 기대하고 있고, 국익 기반 유연성을 발휘하는 만큼 국가의 번영과 자강을 위한 반대급부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을 유사시 글로벌 기동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유연성 이슈와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확장억제 등 각종 한미동맹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가 개별 현안과 긴밀하게 연동돼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실무자들의 본격적인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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