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드론을 막는 첨단 방어 기술의 진화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네 가지 방법
① 직접 격파한다…산탄총 뜻밖 위력
② 전파 차단·GPS 방해 등 교란 작전
③ 레이저·전자기펄스 발사해 파괴
④ 드론으로 드론을 추격해 ‘공중전’
미, 지·해·공 종합 방어막 개발 속도
나토, 검증된 전술·기술 표준화 확산
우리도 한반도 맞춤형 방어 체계 박차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에 경보음이 울린다. 러시아가 발사한 수십 대의 드론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온다. 레이다가 적을 포착하고 방어 체계가 가동되지만 일부 드론이 모든 방어망을 뚫고 접근한다. 이때 우크라이나 병사가 손에 든 것은 수억 원짜리 미사일이 아니다. 바로 산탄총이다.
… ‘탕!’ 한 발의 총성과 함께 1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자폭 드론이 산산조각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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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놀라운 교훈 중 하나는 ‘가장 단순한 무기가 때로는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여러 개의 산탄이 넓게 퍼지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표적을 맞히기가 훨씬 쉽다. 마치 모기를 손으로 잡는 것보다 파리채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도 이 교훈을 받아들여 군에 산탄총 훈련을 도입했다. 심지어 미 해병대 장교는 “사랑하는 레밍턴 870 산탄총을 드디어 전투에서 쓸 수 있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1세기 전장에서는 최첨단 인공지능(AI) 시스템부터 재래식 산탄총까지, 모든 기술이 함께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적 드론을 찾아내는 것이다. 수㎞ 밖에서 새만 한 크기의 드론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의 탐지 시스템은 마치 여러 감각을 지닌 거대한 눈과 귀 같다. 레이다는 드론에 반사되는 전자기 신호를 포착하고, 고성능 카메라는 하늘의 작은 점까지 확대해 보여준다. 여기에 민감한 마이크가 드론 엔진 소음을 듣고, 전파 감지기는 드론과 조종자 사이의 통신을 찾아낸다. 마치 적의 무전을 도청하듯 드론과 조종자가 주고받는 신호를 잡아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모든 정보가 컴퓨터에서 실시간으로 합쳐져 정확한 표적 정보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 수만 번의 학습을 통해 새, 드론, 구름의 미세한 차이까지 구별해낸다.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AI는 정확하게 판단한다.
드론을 발견했다면 이제 무력화할 차례다.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직접 격파하는 것이다. 드론 전용 소형 미사일부터 레이저 무기, 그리고 의외의 주인공인 산탄총까지 다양하다. 산탄총의 위력은 이미 증명됐다. 2차 세계대전 때도 미군 폭격기의 공중사수들이 산탄총으로 훈련해 반사신경과 명중률을 높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두 번째는 전자기 교란이다. 드론과 조종자 사이의 전파를 차단하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방해해 드론을 혼란에 빠뜨린다. 라디오에 잡음을 일으켜 방송을 들을 수 없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대부분 드론은 신호가 끊기면 자동으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그 자리에 착륙하도록 설계돼 있어서 임무에 실패하게 된다.
세 번째는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레이저와 전자기펄스다. 강력한 레이저나 전자기파를 발사해 드론의 전자부품을 순간적으로 파괴한다. 특히 여러 드론이 떼를 지어 공격할 때 넓은 범위를 한 번에 커버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드론이 적 드론을 직접 추격해 잡는 방법도 있다. 공중에서 벌어지는 소형 드론 간의 공중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전투기 조종사들의 공중전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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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들은 이미 실전에서 그 위력을 증명하고 있다.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이 매일같이 날아오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런 다양한 방어 수단을 조합해 체계적으로 대응한다. 조기 경보부터 최종 요격까지 단계별로 촘촘하게 짜인 방어 체계에서 산탄총은 ‘최후의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바탕으로 드론 방어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벌어지는 드론 공격과 방어의 실전 데이터는 군사 전문가들에게 귀중한 학습 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저가의 상용 드론이 어떻게 군사 작전을 바꿔놓는지, 그리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대규모 나토 훈련에는 20개국 이상이 참여해 전장에서 입증된 다양한 드론 대응 기술을 시험했다. 이런 국제 협력을 통해 서로 다른 국가의 시스템들이 함께 작동할 수 있는 표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검증된 전술과 기술들이 나토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통합 드론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상, 해상, 공중 어디서든 드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 방어망이 목표다. 이동형 시스템부터 고정 기지 방어까지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형태로 배치되고 있다. 자동화 수준도 날로 높아져 탐지부터 무력화까지 전 과정이 사람의 개입 없이 이뤄지는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최종 공격 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리는 경우가 많지만, 대응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가 AI 기반 드론 탐지 및 대응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국방과학연구소는 한국형 드론 방어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독특한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설계에 중점을 둔다. 복잡한 산악 지형에서도 드론을 놓치지 않는 탐지 기술, 서해안 도서 지역처럼 넓은 바다를 감시하는 시스템, 수도권 공항 같은 민감한 지역 보호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 북한의 드론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실전적 접근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 피해를 어떻게 막느냐다. 드론 방어 시스템이 민간 항공기나 취미용 드론을 적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전자기 교란도 주변 통신 시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언제, 어떤 기준으로 공격을 개시할지 명확한 규칙도 필요하다.
비용 문제도 현실적인 고민이다. 몇십만 원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천만 원짜리 미사일을 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위협 수준에 맞는 적절한 대응 수단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작은 정찰 드론에는 전자기 교란, 폭탄을 단 공격 드론에는 대공포와 미사일을 사용하는 식으로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드론 방어 기술은 이제 현대 군사력의 필수 요소가 됐다. 수억 원짜리 첨단 시스템부터 몇십만 원짜리 산탄총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한 다층 방어가 필요하다. 공격 드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방어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더 작고 빠르고 지능적인 드론에 맞서 더 정확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어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공격이 있으면 방어가 있고, 기술에는 기술로 대응하는 시대. 그렇다면 상용 기술은 어떻게 군사력으로 전환되고 있을까? 다음 회에서는 민간 기술이 국방력으로 승화되는 혁신 사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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