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승계 불확실성·대중국 부정적 인식이 낳은 루머

입력 2025. 08. 22   16:22
업데이트 2025. 08. 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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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2025년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국내정치 동향 ④ 시진핑 실각설

군 고위직 잇단 처벌에 쿠데타설 등장
이례적 인사·정상회의 불참도 근거로
언론·유튜브서 진위 검증도 없이 확산
모든 실각·퇴진 주장 합리적 반박 가능
중국과 교류 확대하고 이해도 높여야 
사실관계에 기초한 검증·해석도 중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티베트자치구 라싸에서 오랫동안 분쟁을 벌여 온 중국의 히말라야 영토 통합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티베트자치구 라싸에서 오랫동안 분쟁을 벌여 온 중국의 히말라야 영토 통합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실각설이 한국 내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처음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 주장하던 내용이 주요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진위 검증 없이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지위, 권력 변화와 관련된 사안은 중국의 대내외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인접국인 한국뿐만 아니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시진핑 실각설의 진위를 검증하고, 만약 근거 없는 일이라면 왜 이런 주장이 빠르게 확산했는지를 고찰한 뒤 어떠한 자세를 견지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시진핑 실각설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중국군 2인자인 중앙군사위원회 장유샤 부주석이 쿠데타를 일으켜 시 주석의 군 통수권을 빼앗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중국의 정치원로인 후진타오 전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이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해 정치권력을 관장하고 있으며, 올가을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20기 4중전회에서 시 주석이 실각 또는 조기 퇴진할 것이란 주장 등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최근 중국군 고위급 지도부의 잇따른 부패 혐의 낙마와 처벌을 제시한다. 실제로 현직 국방부장이었던 리상푸와 전임자였던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 모두 지난해 당적을 박탈당했고, 군의 반부패 캠페인 주무부처인 정치공작부 주임 먀오화 역시 조사를 받고 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허웨이둥은 지난 3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군 고위직의 처벌 및 변화를 장 부주석이 시 주석과의 군 통수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의 집단지도체제 강조,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과 통일전선공작부장 간의 이례적인 인사 교체, 시 주석의 7월 브릭스 정상회의 불참 등도 제시됐다.

이러한 주장과 그 근거와 관련해선 충분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먼저, 시 주석이 여전히 군 통수권을 확고히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는 많다. 가장 직관적으로는 지난 18일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메인에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을 거쳐 시진핑 강군흥군을 논함 4권을 전군에 인쇄해 배포한다’는 제하의 기사가 게재됐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시진핑 강군사상’을 학습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제도상으로 볼 때 중국군은 중국공산당의 군대이고, 중국군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겸직하기 때문에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주석을 무력화하고 군권을 장악한다는 건 당을 부정하고 무력화했다는 걸 의미하므로 근본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중국군 고위급 지도부의 잇따른 낙마와 처벌은 분명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안이다. 관련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섣부른 추측보다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치원로가 현실정치, 특히 최고지도자의 지위 및 권력 변화에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같은 혁명지도자들은 개인적 권위에 의해 공식 직책 없이도 현실정치에 개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쩌민 이후의 지도자들은 그러한 권위가 없어 현실정치에 개입하기 어렵다. 물론 정치원로들은 매년 7월 말~8월 초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차기 지도자 인선 등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나 시진핑 시기 이후론 이러한 영향력도 축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이 군 통수권과 정치권력을 잃고 실각했거나 조기 퇴진하기로 했다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시 주석의 활발한 외교활동이다. 실각설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인 지난 4월 말, 시 주석은 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했다. 올 5월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 포럼 장관급 회의와 브라질·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6월 16~18일에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7월 6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근거가 부실한 주장들이 어떻게 광범위하게 확산했을까?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중국 최고지도자 권력 승계의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체제의 중국에선 최고지도자의 권력 승계가 체제 안정성과 직결되는 매우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다.

장쩌민 주석 이래 중국 최고지도자는 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당·정·군의 최고권력을 겸직하고, 5년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해 10년간 집권할 수 있었다. 권력 승계의 불확실성을 제도화로 안정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 승계의 제도화를 시 주석이 깨트렸다. 2018년 헌법 개정을 해 국가주석 3연임 금지조항을 폐기함으로써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이어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지었다. 결국 시 주석이 언제까지 집권할지, 후계자는 어떻게 선임될지, 이후 최고지도자의 임기는 어떻게 될지 등 중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상한 것이다. 오는 10월 열릴 중국공산당 20기 4중전회를 앞두고 여러 근거 없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 내 대중국 부정적 인식의 만연이다. 여러 연구기관·언론사의 설문조사와 여론조사를 통해 한국의 외교·안보 엘리트와 국민의 대중국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란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중국 관련 부정적 주장과 소문이 확산할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한국 내 대중국 부정적 인식의 만연과는 별개로 중국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라는 국민적 공감대 역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견지할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사실관계에 기초해 관련 주장이나 내용을 검증·해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언론뿐만 아니라 중국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최고지도자 권력 승계의 불확실성 등 중국 정치제도상의 투명성 부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영역과 층차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중국 이해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올 10월 열릴 중국공산당 20기 4중전회부터 2027년 가을에 개최될 중국공산당 21차 당대회까지 시 주석의 4연임 및 후계구도 구축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관련 정책 당국의 면밀한 관찰과 대비가 요구된다.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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