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이솝우화』 중 ‘바람과 해님’이라는 얘기가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바람과 해님이 내기를 한다는 내용이다.
바람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더 센 바람을 불지만, 나그네는 외투를 벗지 않고 옷깃을 더 여민다. 결국 외투를 벗기는 데 실패한 바람은 해님에게 순서를 넘긴다. 해님은 강한 햇빛으로 나그네 스스로 외투를 벗게 만들면서 내기에 이긴다.
언제부터인가 리더십을 생각할 때 바람과 해님 얘기를 떠올리게 됐다. 바람은 강압적인 리더, 해님은 온화한 리더를 표현했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강압적인 리더는 일을 처리할 때 본인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찍어 누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부당한 지시라도 부하들이 직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부하들은 리더의 명령에 못 이겨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지만 성과가 좋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하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정해진 결과물을 내놓는 데만 집중한 탓이다.
온화한 리더의 경우 어떤 지시를 내릴 때 부하들이 왜 그 명령을 이행해야 하는지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부하들이 충고하면 겸허히 수용한다. 부하들 스스로 마음이 동해 일을 처리하므로 결과물 또한 좋은 경우가 많다. 강압적인 리더와는 다른 성과를 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예시가 모든 사례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강압적인 리더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경우도 있고, 온화한 리더가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다.
국방부를 2년여 출입하며 많은 장군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그중에는 후배들이 존경심을 갖고 따르는 장군도 있었고, 아닌 이도 있었다. 후배들이 따르는 장군 대부분은 그들을 존중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후배들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귀 기울이며 소통을 중시했다. 이는 제3자 입장에서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에서 상관의 명령은 목숨과도 같다. 지난 연말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군 장성들이 잘못된 리더십을 발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만약 지휘관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비상계엄을 거부하는 이가 있었더라면, 국민이 바라보는 군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한 장군은 이를 두고 “철학의 부재가 낳은 참극”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군 장성 인사가 임박했다. 군인에게 장군 진급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군 내 여러 병과 중 해당 분야 최고의 인재만이 별을 단다. 장성이 된 이상 군인으로서 그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한 뼘 차이다.
국방부는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로 상반기 인사를 단행하지 못했다. 올 하반기 인사 폭은 예년과는 다른 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군 서열 1위 합동참모의장을 비롯해 각 군 참모총장 등 군 내 최고 지휘관부터 교체될 예정이다.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은 전시에 전군을 지휘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 50만 장병이 움직인다. 대단히 중요한 자리라는 뜻이다.
현재 여러 후보군이 입에 오르내린다. 합참의장은 정치적으로 고려돼서는 안 된다. 오직 우리 군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 바람과 해님 『이솝우화』를 통해 리더십을 언급한 이유다.
다행히도 유력 후보군을 면면이 살펴보니 덕장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새 정부의 첫 군 장성 인사에서는 해님과 같은 리더십을 가진 장군이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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