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정밀도 극한을 추구하는 차세대 타격 기술
미군 AI 프로젝트 ‘메이븐’ 혁신 핵심
표적 자동 식별하고 우선순위도 결정
GPS 한계 극복한 다중 유도 체계 시대
표적 접근 중 상황 분석 전술 수정까지
한국도 AI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박차
독자 기술 앞세워 정밀 타격 강국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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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포트 브래그에서 미래 전쟁 모습이 현실화됐다. 인공지능(AI)이 위성 이미지에서 탱크를 식별하고 인간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 M142 하이마스에 자동으로 타격 신호를 전송한 것이다. 미군 최초의 AI 지원 포격이었다. 이것은 AI 전문기업인 팔란티어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이다. 2017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3억 달러 규모로 확대돼 미군 AI 프로젝트의 핵심이 됐다. 메이븐은 위성 이미지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 융합해 표적을 자동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핵심 성과는 놀랍다. 전장에서 단 한 발로 임무를 완수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킬체인 6단계 중 4단계를 AI가 수행하며, 표적 처리 능력이 시간당 30개에서 80개로 증가했다. 미국의 이라크 자유 작전 당시 2000명이 담당했던 업무를 현재는 20명으로 처리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 장비 위치를 실시간 제공했고, 지난해 2월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에서도 표적 선별에 활용됐다. 현재 2만 명 이상의 미군 사용자가 35개 이상의 군 조직과 통합사령부 소프트웨어 도구에서 메이븐을 활용하고 있다.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이 수m 오차로 표적을 타격하며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는 정밀 타격 기술 발전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실전 운용이 확대되면서 GPS 기반 체계는 전자기 교란과 전파 차단에 노출될 경우 유도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취약점을 보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중 유도 체계가 개발됐다.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를 활용한 관성항법 시스템은 외부 신호 없이도 무기 내부 센서만으로 정확한 위치 추적을 가능하게 했다. 지형 대조 항법 기술은 미리 저장된 지형 정보와 실시간 레이다 데이터를 비교해 산맥이나 강줄기 같은 지형 특징을 인식하고 경로를 자동 수정한다. 여기에 영상 매칭 기술이 결합해 실제 촬영 영상과 사전 저장된 목표 지역 영상을 실시간 비교 분석함으로써 GPS 신호가 차단된 상황에서도 자율적인 표적 접근이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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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이스라엘제 하롭 드론이 그 위력을 실증했다. 최대 9시간 체공하며, 아르메니아의 S-300 방공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파괴했다. 하롭의 혁신적 개념은 ‘인내심 있는 무기’로, 레이다가 꺼지면 상공에서 대기하다가 재가동 시 즉시 타격한다.
영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정밀 타격 무기 시스템 APKWS(Advanced Precision Kill Weapon System)는 기존 70㎜ 로켓에 레이저 유도키트를 부착해 1만5000~2만 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고정밀도를 구현한다. 헬파이어 미사일의 12만~22만 달러와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경제적이다. 2025년 홍해에서 미군 F-16 전투기가 이 무기로 후티 반군의 드론을 격추한 사례가 실전 효용성을 입증했다.
드론과 AI의 결합은 정밀 타격에 혁명을 가져왔다. 인간이 목표 지역까지 경로만 설정하면 AI가 모든 후속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드론은 자율 비행 후 적용된 AI가 지형 분석, 표적 식별, 위협 평가를 동시에 수행한다. AI의 실시간 학습 능력이 핵심이다. 표적 접근 과정에서 상황을 지속 분석하고, 전술을 수정하며, 표적이 이동하거나 은폐해도 열화상과 레이다 데이터로 추적을 지속한다. 인간의 수초 반응 시간이 AI의 밀리초 단위 판단으로 대체돼 고속 이동 표적이나 기회 표적 타격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또한 AI는 복수 드론을 동시 제어해 협력 공격을 수행한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동시 타격하거나 시간차 공격으로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전술을 실행한다. 유럽 방산업체 MBDA의 SPEAR 3는 다수 미사일이 네트워크로 정보를 교환하며 분산 공격하는 ‘스마트 무기 군집’ 개념을 구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이크(Orchestrike)라는 협력 AI 시스템을 통해 미사일 간 실시간 협조와 표적 재할당이 가능하다.
정밀 타격 기술은 민간인 피해 최소화와 국제인도법 준수를 가능하게 해 군사 작전의 윤리적 기준을 제고하는 동시에 고가의 병력과 장비 없이도 효과적인 전략적 타격을 실현하는 경제적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지난 3월 메이븐 시스템을 도입해 32개국 간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 작전 조율을 개선하기로 결정한 것은 AI 기반 정밀 타격 기술이 개별 국가의 군사 혁신을 넘어 국제 안보 체계 전반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 전장에서는 AI 기반 정밀 유도 드론과 자폭형 스마트 무기가 유인기를 대체하고 있다. 작전 성패는 목표의 정밀 타격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가 됐다. 프로젝트 메이븐으로 시작된 AI 전쟁 시대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드론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전장에서 인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으며, 정밀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 무기 체계를 압도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변화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공동 개발한 비궁 유도로켓은 600억 원이 투입돼 2010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적외선 영상 유도 방식의 발사 후 망각 능력을 구현해 북한의 고속정과 공기부양정에 대응하는 독자적 무기 체계를 확보했다.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통해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항공우주 업체들은 AI 파일럿을 중심으로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를 통합한 차세대 전투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소형 정찰 타격 복합형 드론 개발을 완료하고, 해외 선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작전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기술 추격이 아닌, 독자적 혁신을 통해 정밀 타격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미래 전장에서의 우위는 더 이상 병력 규모나 재래식 화력이 아니라 AI와 드론을 활용한 정밀타격 능력에 달려 있다. 한국은 기술 자립과 작전 개념 전환을 병행해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안보 환경에서 확실한 억제력과 대응력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프로젝트 메이븐으로 시작된 AI 전쟁 시대에 한국이 독자적 기술력과 전략적 비전을 바탕으로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현실이 됐다.
이처럼 정확하고 치명적인 타격 기술이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장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기술이 있다. 바로 다수 드론이 협력해 작전을 수행하는 군집 드론이다. 다음 회에서는 AI와 통신 기술로 작동하는 ‘집단 지능’ 전투의 실체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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