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ROTC 후보생들, 육군학군교서 동반 유격훈련
호기심 어린 눈빛의 미 후보생 38명, 점호 지켜본 후 함께 연병장으로
유격체조 임하며 마음가짐 새롭게‘전설의 8번’ 땐 “으악” 소리가 절로
팀워크 돋보인 기초·산악 장애물, 잡아주고 밀어주며 전우애 키워
“한미동맹 역사·가치 느낀 시간 대한민국 자유·평화 이바지할 것”
6·25전쟁 초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온 미군 장병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무더위였다. 미군들은 섭씨 38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우리 군 선배 전우들과 어깨를 맞대며 적의 공세를 막아냈다. 그로부터 75년 후, 당시와 비슷한 더위 속 한국과 미국 학생군사교육단(ROTC·학군단) 후보생들이 육군학생군사학교(학군교)에 모였다. 양국 후보생들은 함께 유격훈련을 하며 유사시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체력과 정신력을 길렀다. 글=최한영/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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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맞대고 땀 흘리며 유격체조 매진
지난 8일 새벽, 어둠을 뚫고 3학년 ROTC 후보생들이 학군교 충성관 앞에 정렬했다. 이들 사이로 낯선 전투복 차림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미 육군 ROTC 후보생 38명은 한국 후보생들 사이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점호를 지켜봤다. 당직사관 후보생의 인원·건강점검이 끝나자 모두가 유격체조를 위해 연병장으로 이동했다.
유격체조 시작 전 한국군 동료(버디) 후보생들이 미 후보생들에게 유격체조 동작을 설명하고, 방탄헬멧 턱끈을 단단히 조여주며 챙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낯선 미국 후보생들에게, 우리 후보생들이 보여주는 관심은 큰 힘이 될 듯싶었다.
“유격훈련은 후보생들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배양하고, 장애물 극복능력을 높이기 위해 시행합니다. 정확하고 신속한 동작, 원기 왕성한 목소리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교관의 당부를 시작으로 유격체조가 시작됐다. 한미 후보생들은 교관 지시에 따라 1번 높이뛰기부터 14번 팔 동작 몸통 받쳐까지 쉴 새 없이 임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후보생들 얼굴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했고, 전투복은 흙투성이로 변했다.
“8회, 시작!” 마지막 반복 구호는 생략한다는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한두 명의 입에서 마지막 숫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긴장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생기는 현상이다. “(임관 후에) 육성 지휘 안 할 겁니까. 목소리 크게 냅니다.” “좋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정신 집중합니다.” 교관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며 교육생들을 독려했다.
유격체조의 하이라이트는 군 생활을 했다면 누구나 기억할 ‘전설의 8번’ 온몸 비틀기였다. 국적 불문하고 후보생들 입에서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거운 헬멧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동작을 따라 하려 애썼다.
모든 교육생이 반복 구호를 외치지 않으면서, 10분간 휴식이 주어졌다. “It’s a hard day(정말 힘든 날이네).” “How is number 8(8번 온몸 비틀기 어때)?” 한미 후보생들은 각자의 생각을 나누며 남은 유격체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바로잡았다.
두 시간에 걸친 유격체조가 끝나자, 교관이 후보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장교가 부대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을 다져야 합니다. 오늘 힘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후보생 시절부터 체력을 기르도록 하기 바랍니다. 고생했습니다.”
짧지만 묵직한 조언이었다. 후보생들이 화답한 박수 소리가 연병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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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함께 넘으며 전우애 싹틔워
아침 식사를 마친 후보생들은 기초·산악 장애물 교육장으로 향했다. 각 장애물마다 교관·조교들이 시범을 보였다. 산악 장애물의 하나인 ‘한 줄 다리’ 앞에 선 교육생들은 상체를 줄에 붙이고, 양팔은 밧줄을 잡은 뒤 오른쪽 발목을 줄에 걸어 앞으로 나아갔다. 반대편에 무사히 도착한 미 후보생이 자리로 돌아오자 한국 후보생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Good job(잘했어)!”을 외쳤다.
기초 장애물의 하나인 ‘전우와 함께 담장 넘기’에서는 한미 후보생들의 팀워크가 돋보였다. 네 명이 한 팀을 이뤄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담장을 넘으려면 서로의 도움이 필수였다. 한국 후보생 두 명이 미국 후보생을 들어 먼저 담장을 넘게 했다. 미국 후보생은 담장 위에서 한국 후보생들을 끌어올렸다.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높은 담장을 넘으며 국적을 넘나드는 전우애가 싹텄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양국 후보생들이 함께 땀 흘리며 훈련한 것은 강인한 한미동맹을 지속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였다.
청주대학군단 엄다영 후보생은 “미 후보생들과 같이 훈련하고 생활하며 그들이 한미동맹 역사와 가치를 매우 소중히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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