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하계군사훈련 현장에 가다
항공기 강하·VR 체험 등 3주간 공수기본 자격 강하 훈련
극한 환경 속 훈련 반복 숙달…강한 정신력·리더십 함양
찜통더위 속 육군사관학교(육사) 3학년 생도들이 하늘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계군사훈련의 하이라이트인 ‘공수기본 자격 강하’ 훈련에 돌입한 것. 생도들은 강도 높은 교육을 온몸으로 견디며 미래 육군 리더로 성장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복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갔지만, 그들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졌다. 무더위와 두려움을 극복한 생도들의 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글=박상원/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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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처럼 3주간 이어지는 공수기본교육
“공중! 침투! 공중! 침투!”
지난달 30일 경기 광주시 육군특수전학교 공수지상훈련장.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육사 3학년 생도들의 힘찬 구령이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높은 기온과 습도에 땀이 쉴 새 없이 흘렀지만 생도들의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육사는 생도들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내심과 협동심을 기르고, 자신감과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계군사훈련을 편성했다. 그중 3주간 진행되는 공수기본교육은 강인한 전투지휘관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는 교육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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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직결…전복법까지 철저히 숙달
이날 생도들은 2주 차 교육을 수행하고 있었다. 오전에는 낙하산 착용법·회수법·전복법 등을 반복 숙달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착용법 훈련은 주낙하산(등)과 예비낙하산(복부)을 착용해 보며 착장 순서 및 고정 절차를 익히는 과정이다. 생도들은 짝을 이뤄 교차 점검하며 안전 여부를 확인했다.
회수법 훈련에서는 독특한 장면이 연출됐다. 교관이 “하늘!”을 외치자 생도들이 낙하산 회수를 잠시 멈추고 즉시 위를 올려다봤다. 강하지점에서 다른 강하자의 낙하산과 충돌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상황 인식 훈련의 하나였다.
전복법은 강하자가 지상에 착지한 뒤 강풍에 의해 끌려가는 상황을 방지하는 훈련이다. 생도들은 낙하산 주포(캐노피)와 연결된 캐리어 스트랩을 분리하는 절차를 숙달했다. 교관 구령에 따라 생도들은 고개를 들고 무릎을 90도로 유지한 채 수십m를 바닥에서 끌려가며 정해진 타이밍에 정확하게 낙하산을 분리했다.
김종래(중사) 항공기이탈교관은 “지상에서의 전복법·착용법 숙달은 실제 강하 시 생도들의 안전과 직결된다”며 “이제는 생도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교정하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모형탑 이탈 훈련…두려움을 넘어라
이어 모형탑 이탈 훈련이 쉴 틈 없이 전개됐다. 모형탑은 실제 항공기 강하 전 강하 자세를 숙달하기 위해 제작됐다. 실제 기구·기체 강하 전 고소공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훈련이라는 것이 교관들의 설명이다.
생도들에게 각각 4회의 이탈 기회가 주어졌고, 차수별 이탈 자세와 준비 상태의 평가가 이뤄졌다.
교관들은 생도들의 자세를 일일이 점검하며 “고개를 확 숙이지 말 것” “몸을 ‘ㄴ’자 형태로 유지할 것” 등 세밀한 조언을 반복했다. 이탈 중 시선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이면 경추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도들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교관들의 지도는 그 어느 때보다 엄격했다.
이동규 생도는 “처음에는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두려웠지만 훈련을 반복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제는 실제 강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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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멈추지 못한 열정… 리더 자질 키워
육사는 이번 하계군사훈련을 ‘책임감 있는 지휘관의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불확실성과 위협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전우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지휘능력을 체득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아울러 육사는 폭염 속에서도 생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일일 위험성 평가를 시행하고, 야외훈련장에는 온열지수 측정기를 비치해 매시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일부 과목은 훈련 시간대를 조정해 진행했으며, 그늘막과 얼음물도 현장에 마련해 생도들이 언제든 체온을 식힐 수 있도록 했다.
육사 관계자는 “공수기본교육은 생도들에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 낙오하지 않는 끈기, 팀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을 마친 생도들이 미래의 강인한 소대장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생도들은 고된 체력 훈련과 반복 숙달로 자신감을 쌓고, 강인한 정신력을 체득해 나가고 있었다. 이들의 땀은 미래 지휘관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하나씩 완성해 가는 과정이었다.
공수기본교육 (3주)
1주 차
체력단련, 항공기 이탈, 공중동작, 착지 등의 지상 기초훈련을 한다.
2주 차
강하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체험, 모형탑 이탈 등 지상 종합훈련을 한다.
3주 차
1000피트(약 300m) 기구 강하와 2400피트(약 730m) 항공기 강하 등 4회의 자격 강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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