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지난 22일 충남 보령시 공군해양생환훈련장.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의 숨 막히는 뙤약볕 아래 훈련에 나선 공군사관학교(공사) 2학년 생도들이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든다. 생도들은 바다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두려움과 마주하고 스스로 단련하며, 조종사라는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하계군사훈련의 하나로 진행된 ‘해양생환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글=송시연/사진=이경원 기자
해양생환훈련은 생도들이 조종사로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생존력과 정신력을 배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 비행 임무 중 적 공격, 기체 결함, 연료 부족 등으로 바다로 비상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조될 때까지 필요한 기술·체력의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21~25일 전개된 훈련에서 생도들은 △해양 환경 적응을 위한 안전교육과 생존수영 숙달 △비상용 보트 탑승 △헬기 구조 시범 교육 △종합 평가 등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 생도들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뜀걸음하고 있다.
이날 훈련의 핵심은 생존수영법 습득. 생도들은 두 가지 방식의 생존수영을 익히는데, 먼 거리를 천천히 이동하는 원영(遠泳)과 물속에서 제자리에 떠 있는 입영(立泳)이다. 조종복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가 내장돼 있어 구조 헬기는 이 신호를 기반으로 조난 조종사에게 접근한다. 조난자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하다. 원영과 입영 수영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군사관학교 2학년 생도들의 하계군사훈련 중 하나로 진행된 해양생환훈련에서 교수가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원영과 입영은 팔다리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호흡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해 몸에 산소를 꾸준히 공급하면서 에너지 소모도 줄인다. 훈련을 통해 생도들은 최대 2시간 이상 해상에서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생존 능력을 갖추게 된다. 훈련은 생도 개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펼쳐졌다. 생도들은 지난해 첫 하계군사훈련 때 기초 생존수영 훈련을 하며 실력에 따른 훈련반을 편성했는데, 이번에도 편성이 유지됐다. 생도들은 자신에게 맞는 단계에서 훈련하며 점진적으로 실전 대응력을 높여갔다.
실제 구조 상황을 가정해 펼쳐진 헬기 구조 시범.
훈련에선 비상용 보트 탑승 훈련도 진행됐다. 조종사는 전투기에서 비상 탈출할 때 단순히 몸만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시트와 함께 분리 탈출한다. 이 시트에는 고무보트를 포함한 구조 키트가 내장돼 있다. 고무보트는 해상에 낙하했을 때 사용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체력 소모와 파도 저항으로 보트 탑승이 쉽지 않아 실전 환경을 적용한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 생도들은 전투복 차림으로 고무보트에 오르는 훈련을 계속하며 조난 상황에서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실전 대응 능력을 길렀다.
헬기 구조 시범도 이뤄졌다. 바다에 떠 있는 조난자를 향해 헬기가 접근하고, 구조사가 호이스트(헬기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들것을 줄로 내려보내는 구조장비)를 이용해 인양하는 과정을 생도들은 집중해서 관찰했다. 조종사 조난 시 실제 구조 상황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훈련으로, 생도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생도들이 전투복을 입고 비상용 보트 탑승 훈련을 하고 있다.
모든 활동은 2인 1조로 진행됐으며, 각 훈련반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구조사와 교관단은 훈련 전·중·후 기상 상황, 수온, 해류, 부유물, 바닥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위험 요소를 사전 차단했다. 생도들은 무더위에도 진중하고 집중된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훈련이 이어질수록 표정에 자신감이 커졌고, 동기 간 유대감도 단단해졌다.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운 건 서로를 격려하며 부른 군가였다.
이효산 동기회장생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해상 조난 상황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꼈지만, 훈련을 통해 제 한계치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것도 깨달았다”며 “무엇보다 동기 모두가 끝까지 함께 해냈다는 사실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해양생환훈련은 단순한 수상훈련이 아니다. 훈련에는 조종사로서의 책임, 임무 중 만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력, 그리고 사명을 다하기 위한 생존이라는 본질적인 가르침이 녹아 있다.
차준선(중장) 학교장도 훈련 기간 훈련장을 찾아 “바다를 이해하고 해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감각을 몸에 익히는 것이 훈련의 목표”라며 “끝까지 집중해 이 경험을 값진 자산으로 만들길 바란다”고 생도들을 격려했다. 김건희(소령) 공사 항공체육처 교수는 “해상 조난 상황은 현실이며, 훈련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생도들이 이번 훈련을 통해 조종사로서의 책임과 자세를 몸으로 익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