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지우는 몸짓들…희망 지키는 마음들
잘 될거야, 대한민국!
민가·포도밭 정리 등 총력…장병 안전에도 만전
“국민 일상복귀 위해 힘낼 것” 무너진 민심 보듬어
전 국토를 덮친 집중호우가 지나간 자리에 무더위가 찾아오며 수해를 입은 국민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살던 집과 삶의 터전인 논밭이 물에 잠긴 주위 이웃들이 절망에 빠지자 군 장병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장병들도 주둔지 인근을 중심으로 수해 복구 대민 지원에 나서며 ‘국민의 군대’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글=최한영/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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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벽지 뜯고 가구 옮기며 손 보태
경기 가평군 조종면에 거주하는 김홍철 씨는 지난 20일 새벽의 악몽 같은 기억이 생생하다. 자정부터 ‘바가지로 물을 쏟아붓는 듯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불과 두 시간 만에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몸만 빠져나온 김씨는 물이 빠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리 힘이 풀렸다. 모든 세간살이가 물에 잠겨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를 돕기 위해 수기사 비호여단 돌진대대 장병들이 나섰다. 대대 장병들은 22일 김씨 자택에서 못쓰게 된 가구를 밖으로 옮기고, 장판과 벽지를 뜯어냈다. 바닥에 잔뜩 쌓인 흙·모래를 퍼내는 일도 도왔다. 가구 안에 있던 옷가지를 살피며 쓸 수 없는 것은 따로 정리하는 일도 장병들 몫이었다. 모두가 김씨 혼자서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막막하기만 했는데 장병들이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대 장병 일부는 근처 OO농원에서 물건 정리를 돕고 있었다. 이미 못쓰게 된 물건이 파란색 쓰레기봉투에 담겨 가득 쌓였지만 아직도 정리할 물건이 한가득 남아 있었다. 지원에 몰두하던 장병들은 지휘관의 ‘10분간 휴식’ 외침에 준비된 물을 마시고 사탕을 나눠 먹으며 체력을 비축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옆의 전우들을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원 현장에서 장병들을 독려하던 심수민(중령) 대대장은 “수기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가족처럼 여겼던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 것이 가슴이 아프다”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게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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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복구 위해 끝까지 최선”
인근에서는 수기사 혜산진여단 기드온대대 장병들이 포도밭 정리를 돕고 있었다. 지난 19일과 20일 사이 몰아친 비로 근처 산에서 쓸려 내려온 바위, 흙·모래가 밭은 물론 근처 배수로까지 뒤덮었다.
“일렬로 서봐”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김원중(중령) 대대장을 비롯해 장병들은 전날부터 바위를 하나씩 옮기고, 손수레와 삽을 이용해 흙을 밖으로 퍼냈다. 장병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상처받은 농민들을 위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힘을 내고 있었다. 김재홍 병장은 “부대 정신전력교육 시간에 ‘군대란 항상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곳’이라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대장은 “군인으로서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신속한 복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기사는 대민 지원에 나서는 장병들의 안전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지휘관들은 ‘호우피해 복구작전 출동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사전 안전성 평가를 하고, 장병들이 필요한 물자나 안전장비 등을 충분히 갖추도록 했다.
수기사는 앞으로도 장병들의 안전에 유의하며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있을 경우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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